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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발전소를 찾아서]<7>포럼 오이쿠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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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발전소를 찾아서]<7>포럼 오이쿠메네

입력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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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5가'는 암울했던 1970·80년대 민주화와 인권 운동의 상징이었다.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한 많은 시민·사회 단체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그 한가운데 '에큐메니칼 운동'을 표방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등 기독교 사회운동 단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은 유신과 10·26, 5·18 등 격변기를 거치면서 민주화 운동을 지탱한 중요한 축이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교회가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에큐메니칼 정신에 따른 것이었다. 애초에 교회 내 여러 교파를 하나로 묶으려는 교회일치 운동에서 출발한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 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을 표방해 왔으며 정의, 평화, 창조 질서의 보존을 모토로 내걸어 왔다. '포럼 오이쿠메네'는 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힘을 잃어 온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종로 5가'의 옛 동지들이 만든 모임이다. 교회 일치 뿐만 아니라 인류의 일치를 지향하는 에큐메니칼 운동 본연의 정신을 추구하자는 것이 창립 취지이다.

'포럼 오이쿠메네'는 70년대부터 기독학생 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으로 참여해 온 40·50대 목사, 신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4월 30여명이 모여 기본적 운영방식을 논의한 후 월 한 차례 토론 모임을 갖고 있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성해용 목사는 "교회가 명예욕 다툼이나 헤게모니 싸움의 장으로 변하고 연합기구들이 대형 교단이나 교회에 의해 움직여지면서 제 할 일을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교회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오이쿠메네는 모임이 열린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모임을 대표하는 회장 등 임원진도 두지 않은 채 '일꾼'이라고 불리는 운영위원 몇 명만을 두고 있다. 성 목사와 성공회 서울교구 교무국장 김근상 신부, 예장총회 사회선교부 총무 류태선 목사, 성공회 교무원 총무국장 김광준 신부, 기독교감리회 교육국 총무 김영주 목사, 구세군 영천영문 이재습 사관, 복음교단 낙골교회 김기돈 목사 등이 운영위원이다.

오이쿠메네가 그 동안의 월례 모임에서 다룬 주제는 '한국 정치변동과 교회의 역할' '한국교회와 윤리' '의문사 진상 규명의 현황과 과제' '미국의 패권주의와 한반도 동향' '한국교회와 사회'등이다. 에큐메니칼 운동 뿐만 아니라 교회 개혁, 각종 사회 현안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다양하다. '오이쿠메네'라는 말 자체가 '거주하는 모든 땅'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에큐메니칼 운동의 관심 대상이 모든 피조물 세계를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KNCC 등 기성 에큐메니칼 운동 조직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쟁점을 포함, 논의의 폭이 크다는 게 오이쿠메네의 강점이다. 반미감정 등 사회적 쟁점은 물론 교회 세습이나 대형교회 문제, 교회의 정치세력화 등 주제에 제한이 없다. KNCC 통일위원장이기도 한 김근상 신부는 "이런 점에서 포럼 오이쿠메네를 '에큐메니칼 운동의 재야단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이쿠메네는 토론에 그치지 않는다. 회원 대부분이 연합기구나 교단, 교회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각 조직에서 실천하려고 애쓴다. 가령 3·1절 남북 종교인대회의 경우 남북 종교인만의 만남이 아니라 민간교류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회원 각자가 속한 기구를 통해 공동 예배 등에 다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 교회 부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각자 속한 교단과 일터에서 유사한 모임을 만들어 자성의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오이쿠메네는 최근 40대 초반이나 30대 후반으로 구성원을 확대해 연령대를 넓히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독교 운동권의 세대교체에 따른 지도력 부재 현상을 극복하려는 방안이기도 하다. 70년대부터 기독교 운동을 지도해 온 60대는 이미 자리를 뜨고 있고, 50대 이상과 실무를 맡고 있는 386세대 사이에는 세대간 단절이 뚜렷하다. 지난달 초 1박2일의 수련대회를 갖고 젊은 세대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기도 했다. 김신부는 "단순한 세대 교체 대응이 아니라 에큐메니칼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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