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외교안보상 어려운 고비에 있다. 북한의 태도야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한미 동맹관계의 불협화는 심각한 지경이다. 그렇다고 북핵 사태를 당사국의 입장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이 미덥지도 않다. 실행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북미 갈등은 말에서 점점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미국언론에는 다시 북한 공격설이 난무하고 북핵인정설까지 나오는 판국이다.미국 기업인들이 정세불안을 이유로 한국방문을 속속 취소하고, 주식은 폭락장세다. 세계 12위 경제국으로 상당한 지구력이 있음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책상 앞이 아니라 현장에서 그런 주장을 하라는 기업인들의 한숨과 울분이 만만찮다. 국민은 답답하고 불안하다.
이 위기를 돌파키 위한 시발점은 대통령의 외교안보 리더십이다. 우리는 북한 핵을 용납할 수 없고, 문제는 대화로 풀겠다는 대통령의 기본철학을 안다. 국민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지도자의 올바른 생각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은 때로는 외교수장으로서 전략적인 사고와 언행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대통령의 '더 타임스' 회견은 지혜로운 발언이 아닌 것 같다. 청와대가 번역 잘못이라 해명했지만 그것은 국내용일 뿐이다. 특히 동해 상공에서 일어난 정찰기 위협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자칫 북한을 두둔하고 미국을 꼬집는 행간(行間)으로 비칠 수 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북의 핵 보유로 일어날 전략적 위험보다는 미국의 북한 핵 시설 공격가능성을 현실적 위험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이 최고외교관으로서 전략적 한미공조를 조율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현명한 리더십을 통해 사태해결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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