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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인터넷방송 진행 네팔인 서머르 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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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인터넷방송 진행 네팔인 서머르 타파

입력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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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9년 된 네팔인 이주노동자 서머르 타파(30)씨는 하고픈 말이 많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그래서 서머르씨는 마이크를 붙잡는다.지난달 23일부터 인터넷라디오방송 라디오21(www.radio21.co.kr)의 '이주노동자의 VOICE'를 한국어로 진행하고 있다.

이제 2회밖에 방송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게시판에는 '편견과 차별로 소외받는 이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는 청취평은 물론이고 '조선족 노동자들의 현실과 이야기를 담아달라'는 주문까지 이어진다.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문제,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의 문제점부터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점까지 여기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서머르씨의 바람이 이뤄지는 셈이다.

서머르씨는 대학을 다니던 1994년 5월 "딱 3년만 고생하고 돈을 벌고 오자"며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온 숱한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8개월만에 '불법체류' 딱지를 붙였다.

월 기본급 210달러에 기숙사에 갇혀있다시피 하는 것보다는 단속에 걸려 쫓겨날지 모르는 위험이 있더라도 자유를 선택했다고 한다.

현재 일하고 있는 시흥의 PVC샤시 공장에 오기까지 일터를 옮기기도 15번. 사전통보 없이 공장을 그만둔 적도 있고 임금을 떼인 적도 있다. 99년엔 신문 배달을 하던 중 불법주차한 트럭에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오른 다리를 다쳤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보상도 못받았다.

서머르씨는 그러나 이젠 숨지 않기로 했다. "붙잡혀봤자 고향에 갈텐데 숨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우리 문제니까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차게 말한다. 지난해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활동을 시작하고 휴일마다 피켓을 들고 거리 집회에 나섰고, 신분이 공개적으로 노출되는데도 라디오 진행을 기꺼이 맡았다.

정부의 불확실한 외국인근로자 정책에 대해 "자꾸 바뀌니까 믿지않게 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서머르씨는 3월말로 다가온 자진신고 불법체류 외국인 출국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3D업체는 한국사람들도 피한다. 기계는 돌아가야 하고 일손이 비게 되는데, 우리도 사장님들도 정부가 정말 외국인 노동자들을 내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머르씨는 "열심히 일하고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우리보다 더 불쌍한 노동자들도 많더라"며 "우리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가는 한국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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