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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습특집 / 1,200만이 영어학습… 사교육비 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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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습특집 / 1,200만이 영어학습… 사교육비 5조

입력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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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36)씨는 최근 2년 동안 한달에 60만원씩을 내고 7살 난 딸을 유아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 조기 영어교육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딸 친구들은 모두 다닌다"는 아내의 성화가 거셌기 때문이다. 비슷한 처지의 자영업자 K(38)씨는 "남들은 영어에 중국어 일본어까지 배운다는데 영어라도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아 학원에 보낸다"고 말했다. 국제화 바람을 타고 회화 중심의 실용 영어 능력이 중시되면서 한글도 떼지 못한 유아에서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온 나라가 영어학습 열풍에 휘말려 있다.영어교육 열풍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영어 유치원의 경우 일반 유치원보다 수업료가 2∼3배나 비싼 40만∼80만원, 비싼 곳은 100만원이 넘지만 몇 달을 기다려야 입학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아예 미국 공립학교 교과서를 교재로 사용하는 초등학생 대상 영어학원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논현동, 대치동 등 강남과 수도권 지역에 10여 군데나 생겨났다.

영어로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 시터'까지 등장했다. 영어를 구사하는 베이비시터를 구해 7세 아들을 맡긴 L(33·서울 강남구 일원동)씨는 "베이비시터는 시간 당 1만5,000원이고 개인 교습이 가능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혀와 혀 밑바닥을 연결하는 막(설소대)을 절개하면 혀가 길어져 R과 L 발음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학부모도 있어 서울 강남의 일부 병원에는 하루 서너건의 수술 신청이 접수되고 있다.

조기 영어교육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한국아동상담센터 관계자는 "어릴 때 영어 비디오를 너무 많이 봐 영어로 중얼거리면서도 한국말을 못하는 어린이의 상담이 많다"며 "3세 이전에 영어 비디오 등을 지나치게 많이 보면 우리말 습득이 늦어지는 등 언어발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을 위해 해외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학원에서 토익, 토플 등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사교육비도 심각한 수준.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이 대학 4년생 2,348명을 대상으로 취업 과외비를 조사한 결과 4년간 사교육비로 1인당 평균 1,261만원을 지출했고 이 가운데 토플 토익 등 영어 학습에 지출한 비용이 1,194만원이나 됐을 정도다.

영어 사교육비 시장 4조∼5조원

그렇다면 국내 영어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업계에서는 영어학원과 학습교재, 해외 연수 등을 합치면 한해 4조∼5조원 규모는 족히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어교육에 돈을 쓰는 국민수도 매년 1,2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교육당국은 추정하고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공식 집계한 영어학원만도 전국에 3,000여개. 이 중 업계에서 '5대 메이저'라고 부르는 대형 학원들의 한해 매출액만도 1,000억원이 넘는다. 시사영어사 민병철어학원 이익훈어학원 박정어학원 파고다어학원 등은 경기침체속에서도 초호황을 구가하고있다.

문제도 있다. 경쟁력이 없는 어학원들이 무한경쟁속에서 속속 문을 닫고있다. 국내외 사이버 어학원들의 우후죽순 등장으로 과잉경쟁을 부추기면서 1년에도 수십개의 어학원들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고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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