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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對北비밀접촉 라종일 개인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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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對北비밀접촉 라종일 개인플레이?

입력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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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베이징(北京)에서의 대북 비밀 접촉과 관련, "사적인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뭔가 특명을 갖고 베이징에 갔을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이다. 라 보좌관은 그러나 "국익과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더 이상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도 했다. 이 두 가지 발언을 종합하면 대북 비밀 접촉은 '사적인 만남이었으나 국익이 걸린 사안'이 된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실체에 대한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사적인 만남'이라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다면 라 보좌관이 과거 국정원 재직 시절, 또는 대사 활동 중에 확보한 북한 채널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적 접촉도, 주제를 가진 접촉도 아닌 대화 통로를 열기 위한 탐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면 라 보좌관이 대북 관계에서 투명성 원칙을 배제, '한건주의'에 의존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라 보좌관은 이날 "5일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전화를 걸어 그런 대북 정책을 1000% 지지한다고 하더라"고 말해 미측도 사후 경위 파악에 나섰음을 알게 했다. 라 보좌관이 남북 대화 채널 개설을 위한 예비접촉을 한 것이라면 어떤 자격으로 했는지가 또 문제다.

당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게 사전 보고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라 보좌관의 '개인 플레이'가 이뤄졌다는 것은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대북 정책의 난맥상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성사 등 거창한 목적이 없었다고 해도 비밀 접촉은 사전·사후 보고 등 노 대통령과의 협의 속에 이뤄진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라 보좌관이 함구하는 이유도 여전히 의문이다. 자신이 확보한 대북 채널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측이 공개 불가를 요청했을 수도 있다. 이와는 달리 접촉한 대북 채널의 격이 현재 라 보좌관의 위상과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는 얘기도 설득력 있게 흘러 나오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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