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로저딘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시범경기 7회말 2사 1루. 3-5로 뒤진 상황에서 7회초 수비때 플로리다 말린스의 1루수로 교체 투입된 이승엽(27·삼성)이 타석에 들어섰다.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안고 2년째 참가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2타수 무안타의 빈타로 벤치 신세를 지고 있는 이승엽이었다. 이런 기회마저 허망하게 날려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라이언 킹'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상대는 지난해 9월 메이저리그에 데뷔, 1승(방어율 5.91)을 올린 우완 신예 타일러 워커. 초구 높은 볼을 걸러낸 이승엽은 2번째 헛스윙에 이은 3번째 파울. 4구째 높은 직구로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5구째는 서클 체인지업. 이승엽은 몸쪽으로 낮게 파고드는 워커의 승부구를 그대로 받아쳐 우측펜스를 넘어가는 동점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6경기에 출전, 대수비를 전전하다 3타석만에 만들어낸 첫 안타이자 한국 홈런왕의 자존심을 살려준 첫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늦게 발동이 걸리는 '슬로우 스타터'. 지난해에도 3번째 타석 만에 첫 홈런을 쳐낸 뒤 11타수 3안타(2할7푼3리) 7타점(2홈런)의 성적을 일궈냈다.
이승엽과 함께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말린스의 스프링캠프에서 뛰고 있는 심정수(28·현대)도 이에뒤질세라 홈런포로 화답했다.
5-7로 뒤진 10회말 2사후 타석에 들어선 심정수는 트리플A 출신의 6번째 투수 피트 사모라를 상대로 초구 직구에 힘차게 배트를 휘둘러 좌측 펜스를 넘기는 큼직한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자신의 시범경기 3번째 안타를 첫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타율도 4할2푼9리(7타수 3안타 2타점)로 끌어올렸다.
플로리다는 한국인 슬러거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포에도 불구하고 6-7로 졌다. 제프 톨보그 플로리다 감독은 경기를 마친후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빅리거의 꿈은 여전히 가물가물하다. 홈런을 기록한 상대 투수가 2진급인데다 가물에 콩나듯 돌아오는 타격 기회에서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10일 보름간의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들의 얼굴에 어떤 희망이 쓰여 있을까.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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