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나눠드립니다. 필요한 것만 골라서 가져가세요." 서울 지하철4호선 창동역사에 저소득 시민을 위한 국내 최초의 상설 음식나눔공간 '서울푸드마켓'이 6일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25평 규모의 서울푸드마켓은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 운영하고 서울시는 냉동차량, 냉동·냉장고 등 시설과 운영비를 지원하게 된다.
푸드마켓(Food Market)은 먹을 것을 기탁받아 저소득 주민에게 전달하는 '푸드뱅크'(Food Bank)가 한단계 발전된 모델. 푸드뱅크는 식품을 이웃에게 나눠준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괄 기탁받아 일괄 배분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수요자는 원하는 식품을 제때 공급받기 어려웠고 푸드뱅크측도 그런 수요자를 일일이 찾아 배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에 반해 푸드마켓은 슈퍼마켓처럼 상설 공간을 마련, 기탁받은 식품을 진열해놓고 수요자들이 직접 찾아와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한 '음식나눔 중개공간'이다.
푸드마켓은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 등 저소득 주민을 회원으로 가입시킨 뒤 이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따라서 회원 카드가 없는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다.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 상품으로 파는 것을 막기 위해 식품마다 '서울푸드마켓'이란스티커를 붙였다. 이용 횟수는 1인당 주2회, 한번에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5개 품목으로 제한했다. 이중 쌀 밀가루 간장 식용유 등 부식품류는 한달에 한번만 가져갈 수 있다. 음식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지만, 공짜는 싫다며 굳이 값을 치르려는 이용자에게는 1회 500원 한도 내에서 후원금을 받는다. 이용시간은 평일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토요일 오전9시부터 오후1시까지이며 일요일은 이용할 수 없다.
푸드마켓은 전국적인 기탁 네트워크를 구축한 푸드뱅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식품 기탁업체를 발굴한다. 혼자 힘으로 기탁업체를 찾아야 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푸드마켓의 성패는기탁품의 확보에 달렸다"고 말할 정도다. 흔쾌히 도와주는 곳도 있지만 꺼리는 곳도 많다. 기탁하고 싶어도 주변 상점이 반발하거나 유효기간 관리가 어려워 식품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이에 대해 서울푸드마켓의 박한묵 소장은 "남은식품 중 유효기간이 임박한 것은 지역 푸드뱅크를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곧바로 전달, 식품 안전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오히려 이용자는 많은데 물건이 부족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물과 각종 식품을 기탁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많은 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서울푸드마켓에는 이번에 '해찬들' '삼양사' '델리푸드서비스'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 'E마트 창동점' 등이 식품 등을 기탁했다.
시는 식품, 유통업체의 지속적인 기탁 등으로 서울푸드마켓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 푸드마켓을 서울시내 곳곳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류를 3톤 가량 기탁한 해찬들의 관계자는 "다른사람을 도울 수 있고 회사 이미지도 좋아질 것 같아 기탁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물건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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