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안이 알려진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지검 청사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간부와 평검사들은 잇따라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온 종일 긴박감이 감돌았다. 오후5시 총장 주재 긴급 간부회의에서 대응책이 마련되고, 오후7시 총장의 법무장관 면담이 끝나기까지 2시간 동안 검찰에는 곧 무언가가 폭발할 듯한 침묵이 흘렀다.대검은 법무부 인사안이 개별 통보된 오후5시 총장실에서 김각영 총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개최, 인사안 수용 여부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시각 중견 간부들과 평검사들도 박만 수사기획관 주재로 회의를 가졌으며, 서울지검도 간부들이 별도 모임을 갖고 간부 회의결과 등 사태를 주시했다. 회의장 밖은 검사장 승진이 당초 예상보다 3기나 건너 뛴 22회까지 내려올 것으로 알려지자 경악하는 분위기였다.
45분간 진행된 간부회의에서는 검찰의 반발 분위기를 담은 건의서가 마련됐으며, 김 총장은 회의 직후과천 법무부 청사로 직행했다. 김 총장은 대검을 떠나며 "아무말도 할 수 없다. 미안하다"며 입을 닫았다. 간부들은 김학재 차장실에서 김 총장과 강금실 법무장관간 면담 결과에 따른 대응책 등을 추가로 논의했다. 회의장 밖으로 "이러면 정말 검찰이 섭섭하다"는 고성이 새어 나오는 등 회의 분위기는 극도의 불만과 불쾌감이 팽배했다. 회의에선 공동 퇴임키로 한 이종찬 서울고검장 등 사시12회 3명의 사퇴서 반려 등 강경책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이날 낮 접수된 12회 고검장들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는 등 '위력 시위' 직전까지 갔으나 오후 늦게야 법무부에 접수시켰다. 회의를 마친 뒤 사시 13회의 한 검사장은 "용퇴는 아름다운 퇴장을 보장해줄 때 하는 것인데 이런 분위기에서는 못한다"며 "한달 뒤엔 물러나도 지금은 안된다"고 말했다.
중견간부 회의에서는 더 강경한 목소리가 나왔다. 한 중견 검사는 "사시16회 이상은 다 나가란 얘긴데, 이는 검찰을 개혁하려는게 아니라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고, 다른 검사는 "왼쪽 어깨가 썩어 자르겠다고 해놓고선 오른쪽 어깨를 자르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법무부의 한 검사도 "모독도 이런 모독이 없다"며 "법무부 검사들은 다들 개혁대상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부장검사들도 이날 오후 각 차장실 등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인 뒤 "개혁도 좋지만 너무 심하다", "기수파괴가 상식선을 뛰어 넘는다"며 우려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관계자는 "쇼킹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며 "자기들끼리 잘 해보라고 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지방의 한 소장검사는 "새 정부가 이런 식으로 검찰을 욕보인다면, 별동대라도 조직해 정치권에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김 총장이 강 장관과 7일 오전 9시 재협의를 갖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달된 오후7시, 검찰은 외형상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었으나 간부들과 검사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 여전히 예측불허 상태"라며 비장함마저 내비쳤다. 서울지검 등은 일단 대검의 대응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연판장을 돌리는 등 힘을 보태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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