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변환기에 온갖 외풍에 시달려왔던 김각영(사진) 검찰총장이 또 다시 기로에 섰다.그러나 이번에는 바람의 진원지가 정치권 등 외부가 아니라 후배와 동료 등 내부라는 점이 크게 다르다. "임기보장"을 주장하며 김 총장을 보호했던 '식구'들이 이제는 그 화살을 총장에게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파격적인 인사 방침이 알려진 6일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강금실 법무장관 취임 이후 검찰을 일방적 개혁 대상으로 몰고 있는 데도 총장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 총장이 젊은 장관에게 무기력하게 휘둘리는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좀 더 노골적인 '직격탄'도 거침없이 터져나왔다. 이종찬 서울고검장 등 김 총장의 사시 12회 동기들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한 중견검사는 "동기들이 쫓겨나다시피 하는데도 (총장은)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김 총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미안합니다"라며 손사래를 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인사 폭풍의 한가운데 선 검사장들 뿐만 아니라 외부 검찰 개혁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평검사들의 거센 압력도 김 총장을 코너로 몰고있는 요인이다. 특히 평검사들은 최근 검찰 중립 선언을 촉구하는 등 '자생적 개혁'을 주장하는데도 불구, 정부가 오히려 사사건건 개입하려는 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평검사들은 총장이 내부 개혁의 총대를 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어렵게 '임기보장'을 확보한 김 총장이 조직을 추스려 후배들로부터도 '동의'를 받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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