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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絶酒"성공한 노길상 복지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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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絶酒"성공한 노길상 복지부 과장

입력
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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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술은 인간을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게 한다. 살인 폭력 성폭행 여성이나 어린이 학대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는 흔히 술이라는 말없는 공범이 따라 다닌다. 한때 극단적인 폭주로 이혼위기까지 몰렸다 절주에 성공한 보건복지부 노길상(48)건강정책과장이 올해 대학에 입학한 아들과 또래 젊은이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 그는 술에 취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해서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건강정책과는 전국민을 위한 건강증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조정하며 금연 운동 영양 등 건강생활실천사업 등을 하는 곳이다.

며칠 전 대학에 입학한 큰 아이가 MT를 다녀왔다. 다들 술을 마시는데 자기는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자랑스러웠다. 아이는 신앙적 이유 말고, 술을 마시지 않아야 될 현실적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딱히 할말이 없어 대답을 미뤘다. 그 후 나는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마시기 시작한 나는 술을 대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체질적으로 술이 받는 편이었는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고 취하여도 다음날 별 지장이 없었다. 술이 없으면 인생이 얼마나 삭막할까 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기면서 계속 마셨다. 군대에 가서는 더욱 폭주를 하게 되었다. 젊은 날의 일기를 보면 전날 밤에 마신 술에 대한 후회와 다시는 폭주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반복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친구들과 만난다고 하면 돌아올 때까지 잠을 주무시지 못하셨다. 때로는 술값이 없어서 때로는 파출소에서 연락을 하니까 늘 불안해 하셨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그 불안을 아내가 떠안게 되었다. 평소에 멀쩡하던 사람이 술을 마시면 집에 와서 밤새 아내를 괴롭혔다고 한다. 어떤 때는 봉급을 하루 저녁에 날리기도 하였다. 술이 깼을 때의 그 참담함과 절망감, 하늘을 바라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후회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 퇴근해 보니 아내가 아이와 함께 없어졌다. 밤늦게 돌아온 아내는 '더 이상 같이 살아야 될 이유가 없고,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면 더욱 소망이 없어'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헤어지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집을 나갔다고 한다. 아이를 업고 나갔지만 갈 곳이 없어 돌아왔다고 한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술을 적게 마시려는 절주 노력을 스스로 해봤지만, 발동이 걸리면 미친 듯이 술을 마셨고 필름이 끊기는 횟수가 늘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결정적인 시간이 다가왔다. 보통 토요일은 술을 마시지 않는데 그날은 점심 때부터 발동이 걸렸다. 눈을 떠보니 일요일 오후 2시. 주일학교는 고사하고, 교회를 가지 못했다. 늘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주일을 잘 지키라고 이야기하던 선생이 전화 한 통 없이 교회를 빠졌던 것이다. 그 때 나는 무릎을 꿇었다. '주님, 이제는 더 이상 안되겠습니다. 제 힘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그 후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술자리에 대한 부담도 없다.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치거나 정신이 몽롱해지는 일도 없다. 술 마시고 실수할 일도 없고 다음날 일하는 데도 아무 지장이 없다.

간혹 상사가 술을 권할 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술잔을 일단 받았다 나가서 술을 뱉고 다시 들어온다. 사실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큰 어려움이 없다.

며칠 전의 큰 아이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아빠가 술을 끊지 않았다면 우리 가정은 벌써 깨어졌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불행들이 술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빠는 네가 처음부터 술을 마시지 않기를 바란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얼마든지 멋있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 지금의 아빠와 엄마가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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