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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4>이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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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4>이강철

입력
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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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영남 민심을 확 바꿔야 되지 않겠습니꺼."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로 10여년 고락을 함께 해 온 이강철(李康哲·56) 전 조직특보는 요즘 고민이 많다. 평소 입버릇처럼 말해왔듯 자신의 정치인생 절반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쏟아부은 끝에 결국 성공은 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달 26일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번째로 가진 사적인 식사에 그를 초대한 뒤로 더욱 그러하다. 그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정치를 하려면 확실하게 하고 아니면 나가서 돈을 버는 게 나을 것"이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 때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하라는 뜻 아니냐"고 하지만 그는 고개를 내젓는다. 그보다는 '국민통합'이라는 노 대통령의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여권 안에서 정치적으로 소수 세력인 영남의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그는 "우선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개혁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당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정권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영남의 인재를 고루 중용하고, 지역 발전 정책도 함께 집행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필요하면 직접 각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협조를 부탁하고, 노 대통령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남 달래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내년 총선에선 민주당도 영남에서 당선자를 내 지역구도가 실질적으로 깨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그는 "내가 출마하면 이 역할을 못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지역구 출마 가능성을 지웠다.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7년을 복역했던 그는 대구·경북 지역 재야의 상징. 1990년 3당합당 후 그가 속해있던 '민주연합'과 노 대통령이 참여했던 '꼬마 민주당'이 통합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그는 88년과 92년, 96년 총선에서 잇따라 대구에서 출마했지만 번번히 무릎을 꿇었다. 이때 붙여진 별명이 '독립운동가'.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고향인 부산지역 선거에서 여러 차례 좌절했던 것과 비슷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닮은 인생 역정 때문에 이 전 특보는 노 대통령이 힘들 때 위안을 줄 수 있는 시니어 측근중 한명"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사실은 그에겐 영예이면서도 짐이다. 그가 아무 직책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최고권력자의 측근이기 때문에 당하는 불이익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듣기 싫은 민심도 고스란히 전하겠다"며 '여권내 야당' 역할을 자임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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