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형사9부(이인규 부장검사)는 5일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등과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말 최태원 SK(주)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손 회장 등 다른 회사 관계자들은 일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검찰 관계자는 "실제 오너인 최 회장이 이미 구속돼 사건 책임을 졌다는 점 등을 감안해 손 회장과 김승정 SK글로벌 부회장 등 나머지 연루자들은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손 회장을 상대로 JP모건과의 이면계약으로 SK글로벌 등 계열사에 1,11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와 1조원대의 분식회계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사를 통해 손 회장이 이면계약을 주도하고, 분식회계 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전날 소환한 Y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별다른 위법 행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SK그룹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SK그룹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손 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도 이미 확보한 물증과 사전 조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혐의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SK의 분식회계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기소대상으로 분류할 불법 회계 규모를 놓고 고심중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포착된 1조원대의 분식회계 규모가 더 늘어날 경우 SK그룹은 물론,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손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지검 청사로 출두하면서 "국민 여러분들이 많은 걱정을 해주는 것을 잘 안다. 진지하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는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당시 전경련 회장 고 최종현 선경(현 SK) 회장에 이어 손 회장이 두번째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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