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의 정치기획 및 정무기능 강화를 위해 정무수석과 국정상황실의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책을 통할하고 조정하는 기능은 총리실이 할 것이므로 청와대는 앞으로 정치기획과 정무, 중요 정책판단 기능에 치중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또 "앞으로 정무와 국정상황실, 비서실장 직속라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이쪽과 의논해 일을 처리해달라"고 말해 3개 부서 중심으로 청와대가 운영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국정상황실의 역할을 강조한 데는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그동안 '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며 각종 인사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치기획과 각종 정보수집, 정책판단 기능을 하는 친위부대로서 그 위상과 조직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은 '청와대가 정책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했지만 노 대통령이 이견을 표시했다"며 "이 실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DJ정부 때 만들어진 국정상황실은 안보 관련 정보와 경제동향, 각 부처의 운영상황을 취합해 대통령에 보고하는 역할을 해왔다.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동선과 일정을 기획하는 기능까지 추가돼 '비서실내의 비서실'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대통령이 정치기획과 정무 기능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단순한 정책조정 기능은 총리실로 넘기고 야당과의 관계나 당 개혁 문제, 선거제도 개선 등 정치적 과제 해결에 치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비해 국정상황실과 정무수석실이 모종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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