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陳大濟) 정통부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국민이 맞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며칠 전에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일더니 이제는 10여년 동안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와 권리를 다하지 않은 사실마저 드러났다.그런데도 당사자인 진 장관은 파문 이후 며칠동안 직접 해명을 꺼렸다. 5일 마지 못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 같았다.
진 장관은 주민등록이 말소됐으니 주민세를 내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국외이주자 신분으로 주민등록증이 없었던 가족들의 의료보험은 어떻게 처리됐느냐'는 단순한 질문에도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겠다"고 대답했다. 민방위 의무를 다했느냐는 질문에는 "직장 민방위대에 편성돼 일년에 한두 번 민방위를 받았다"고 믿기 어려운 말까지 했다.
진 장관은 당초 아들의 국적 및 병역 논란이 일자 '잘 모른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가 언론의 추적이 이어지자 '아들은 이중국적자다'(3일), '한국국적을 상실했다'(4일)고 수시로 말을 바꿨다. 특히 지난 3일과 4일 의혹과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도 직접 해명하지 않고, 공보관을 통해 단편적인 정보만 내놓는 등 고위 공직자답지 않은 폐쇄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노무현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투명성과 공개성을 얘기한다. 국민에게 모든 것을 밝히고 정당하게 평가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진 장관이 이 같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된 도리를 다하지 않은 그가 장관직을 유지할 경우, 그와 비슷한 조건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국민 아닌 국민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진 장관 문제는 우리에게 '국민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윤순환 경제부 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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