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지가 나눠지는 것을 막으려면 철도를 땅 밑으로 건설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철도를 지하에 건설할 수는 없다." 철도청이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교통편의와 화물 분담을 위해 추진중인 수원―인천간 철도(수인선) 복선화 계획이 안산지역 주민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업은 철도청이 1995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쇄한 수인선 협궤(狹軌)철도(52.8㎞) 구간에 승객, 화물을 수송하는 복선 전철을 2008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 철도청은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를 마치고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협궤구간이 지금도 남아 있어 부지매입비용을 아낄 수 있고 일부 구간은 기존 안산선(한대앞―오이도)과 인천 지하철(승기―논현)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1조원이 훨씬 넘을 사업비를 절반 수준인 5,700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고 철도청은 설명한다.
시가지 양분, 주민 불편
철도청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도청이 예산 절감에만 급급, 지상으로 나있는 수인선 협궤철도를 활용하면 지역이 양분돼 주민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복선화사업 구간 인근 고향마을 주민 김모(54)씨는 "협궤철도가 폐쇄된 뒤 철도 양 옆으로 아파트가 들어서 신도시가 형성됐다"며 "이제 와서 수인선 구간에 다시 지상복선전철이 건설되면 시가지가 두동강 나 도시 발전에 큰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지역은 안산선 때문에 지금도 일동, 구룡동 지역과 이동, 사동, 본오동 지역으로 양분돼 있다"며 "수인선 복선이 지상에 건설되면 이동, 사동과 본오동 지역이 다시 나눠져 지역을 왕래하는 것 조차 불편해진다"고 반발했다.
안산시의회 이창수(李昌洙·44) 의원은 "시멘트와 석탄 등을 실은 화물열차가 하루 10여차례 지나면 먼지, 분진, 소음 등으로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는다"며 "한대앞―사리―야목 3.5㎞ 구간을 지하화하고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하면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비 20%나 더 들어
철도청은 안산지역을 지하화하면 전체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1,194억원의 건설비가 추가로 들기 때문에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도청 건설본부 관계자는 "안산시가지는 조성 당시 전철 복선화를 염두에 두고 철도에서 30∼50m 가량 거리를 띄워놓았기 때문에 철도가 지상으로 가도 별 문제가 없다"며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천 연수―송도(2㎞)도 주민 반발로 지하화하기로 했지만 이는 사업비를 인천시가 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안산구간 지하화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은 안산시도, 철도청도 부담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지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의사 존중해야"
이처럼 주민과 철도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안산시의회와 시민단체는 최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도심 통과 반대 궐기대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철도청 등에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더 강도 높은 반대 투쟁을 전개하는 등 실력행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철도청은 예산 타령에 앞서 주민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며 "주민과 원만하게 합의하지 못하면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