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너도나도 대부업에 뛰어들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 시장이 활황을 이루면서 아예 제조업체에서 대부업체로 업종전환을 하는 코스닥 기업도 생기고 있다.5일 금융감독원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리드코프, 이니시스, 한국정보통신, 텍슨 등 대표적인 코스닥 기업들이 최근 소매금융 전담 자회사나 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잇따라 대부업 시장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석유수입 및 휴게소 운영업체 리드코프(옛 동특)는 사내에 소비자여신금융 사업부문('수퍼캐피탈')을 신설, 서울시에 대부업 등록을 마친 데 이어 4일 서울 강남역 부근에 1호 영업점을 열었다. 연말까지 15∼20개의 영업점을 추가로 개설하는 한편 7일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245억원의 자금을 조달, 전액 대금업 밑천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
특수섬유 제조업체인 텍슨도 최근 공시를 통해 사업목적에 대부업을 추가, 일본의 3대 대금업체 중 한 곳과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이에 앞서 전자상거래 분야의 대표적 벤처기업인 이니시스와 신용카드 단말기제조업체 한국정보통신도 각각 공시를 통해 대부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밝혀, 머지않아 대금업 시장이 코스닥 기업의 격전장으로 바뀔 조짐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경쟁적으로 '외도'에 나서는 이유는 대부업의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 특히 주식시장 활황기에 공모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여유자금을 충분히 쌓아 둔 상태에서, 경기침체로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하게 되자 직접적인 '돈 장사'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증권시장에서 사실상 '0%'에 가까운 조달비용으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개기업들이 66%(대부업법상 이자상한선)의 고금리 사채놀이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기존 대부업체들이 코스닥이나 거래소 상장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 코스닥 등록업체는 간단한 사업내용 변경만으로 사채업을 편법적으로 '우회등록'하는 혜택까지 입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대부업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진입장벽'을 둘 수는 없다"며 "다른 사업목적으로 상장한 기업이 대부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이를 규제할 수단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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