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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세계전략 밑그림은/이라크戰은 美 "21세기 패권"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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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세계전략 밑그림은/이라크戰은 美 "21세기 패권" 시험대

입력
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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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그리려는 세계 전략의 밑그림은 무엇일까. 이라크를 중동 민주체제 확산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의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공영라디오 방송 PBS는 이른바 '부시 독트린'으로 불리는 미국의 세계전략 입안자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라크 전쟁에 임하는 조지 W 부시 정부의 속내와 전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을 목표로 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냉전체제 붕괴 후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시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 대전략의 성공을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의 요약이다.

존 루이스 개디스(예일대 정치학 교수)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부시 정부의 장기전략은 중동지역에서의 도미노 이론이다. 민주주의가 이라크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이웃 이란에도 영향을 미치고, 중동지역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궁극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파키스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전체주의 국가들은 최근 테러리즘의 가장 큰 모태가 돼 왔지만 이라크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사우디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이라크 공격을 위해 그 기지를 이용하며 사우디 석유에 의존하기를 원하는 한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그들은 사우디의 기지도 석유도 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전략이 어디서 끝나게 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부시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부시 독트린)은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이 민주 정부가 세계 도처에서 확산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그 전략은 문명간의 충돌이 아니라 한 문명내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윌리엄 크리스톨(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부시 독트린 제안자)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시의 생각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는 "봐라, 중동지역은 21세기에도 10년, 20년 전처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우리가 아랍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상을 위해 숱한 노력을 쏟고,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집트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중동지역에서 그려지는 그림은 극단주의와 반미 감정이 점증하고 테러세력에 대한 지원은 늘고 있으며, 독재자들이 여전히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 이런 상황이 계속 되기를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는 현재의 가장 가까운 위협인 이라크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판도의 재구성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1990년대 우리는 테러리즘과 싸우는 데 진지하지 않았으며 이슬람 극단주의가 퍼지는 것을 차단하지 않았다. 우리는 독재자들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방치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이제 그런 일들을 뒤집어야 한다.

리처드 펄(국방정책위원장·부시 독트린 입안자)

미국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이끌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이라크를 민주적이고 공개적으로 다스릴 세력으로 대체한다면 이슬람 지역의 판도를 바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먼저 이란의 반체제 인사들을 고무토록 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신정 체제 하의 비참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반체제 인사들은 의외로 많다. 사담 후세인이 물러날 수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는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벌써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그 지역의 일부 전체주의 정권들은 내부적으로 개혁을 촉진하고 정치체제를 개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개혁을 주저하면서도 개방하지 않을 경우의 결과가 두려워 조금씩 문틈을 여는 식이 되겠지만 그 틈새로 이슬람 세계의 그 어떤 엄격한 정부라도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라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정착의 반대 지주(支柱)에서 찬성세력으로 바뀐다면 갈등 해결을 위한 협상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케니스 폴락(전 미 중앙정보국 (CIA) 분석가 및 국가안보회의 걸프지역담당 과장)

부시 정부가 이라크 침공이 중동 질서를 어느 정도 재편할 것이라는 데 명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중동지역의 더 큰 변화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시간표와 잠재력이다. 미국은 이 두 가지 모두에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라크에 민주체제를 세우는 데는 수 십년은 아닐지라도 수 년이 걸리고 다른 국가로 이를 파급하는 데에도 수 년이 걸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담 후세인 제거로 이 지역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껏해야 도울 수 있을 뿐이다.

지금 부시 정부에는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다면 그 후에는 미국이 이라크를 재건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세우기 위한 장기적 노력을 떠안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점은 지구상에서 그런 노력들을 해야 할 첫번째 국가가 이라크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부시 정부에서 벌이지고 있는 논쟁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필사적으로 이 문제와 싸우고 있다. 부시 정부 내에도 현재의 행동 과정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를 우려하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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