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일 청와대 안보보좌관은 5일 노무현 대통령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대북 비밀접촉의 진상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라 보좌관에게 "투명하게 하는 것이 옳다"면서 "더 밝힐 것이 있으면 오후 브리핑에 나가서 정식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시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그러나 라 보좌관은 "책임 있는 대통령 참모가 해프닝성 추측보도에 대해 직접 나가서 해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하루 이틀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라 보좌관은 "내가 나서면 (베이징 접촉이) 정말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무게를 실어주게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라 보좌관은 측근들에게도 "한달이 지나도, 두달이 지나도 더 나올 것이 없다"며 입 단속을 시켰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라 보좌관이 브리핑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판단을 말한 것"이라며 애써 라 보좌관을 옹호했다. 결국은 노 대통령이 "비서실장 등과 다시 협의해서 결정하라"고 물러섰다.
이런 논란 과정을 되짚어보면 라 보좌관이 대북 접촉에 대해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까지 보고했는지가 불분명해진다. 이날 회의의 한 참석자는 "노 대통령이 구체적인 대북 접촉의 목적 및 경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라 보좌관이 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은 모르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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