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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의 브라질호 "갈 길은 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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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의 브라질호 "갈 길은 멀고…"

입력
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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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사진) 대통령이 연금·세제 개혁을 앞두고 정권의 성패를 가늠할 첫 시험대에 올랐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최초의 좌파 대통령으로 1월 1일 취임 후에는 당초 대선 유세 때의 공약과는 결이 다른 온건 노선을 걸어 왔다. 그러나 서방 국가 및 언론에서는 그의 뿌리 깊은 좌익 성향을 끊임없이 문제 삼고, 민중들은 우파로의 변절을 염려하는 가운데 중심 잡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그가 사회 평등과 국가 재정 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불안한 안정

"룰라에 대해 우파는 받아들일 만한 개혁을 할 것인지 의심하고 있고, 좌파는 사회주의의 대의를 배반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고 있다."현지 언론의 이러한 분석처럼 국내외에서 룰라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좌우를 막론하고 불안감이 배어 있다.

집권 3개 월째 접어든 시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서방 시각의 잣대라 할 수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은 4일 총 307억 달러 규모의 대(對)브라질 지원 프로그램 중 46억 달러를 제공키로 했다. IMF는 "지난 주 실시한 브라질 재정·경제 상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혀 일단 지지를 표했다.

국내적으로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의 지지를 유지했다. 민중의 기대가 여전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2월 초 전투기 구입 예산을 빈민구제로 돌리겠다던 기아 퇴치 정책을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수정한 것을 계기로 대중의 불만이 차츰 쌓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제 자본 유치를 위해 중앙은행 총재로 미국 보스턴은행 총재를 지낸 인사를 임명하는 파격을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시장과 대중의 행복한 동거'가 오래 가지 않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열쇠는 사회 개혁

룰라는 2월 의회 연설을 통해 대대적인 연금·세제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사회개혁을 통한 경제적 평등에 브라질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현 연금제도는 브라질의 대표적 병폐인 '빈익빈 부익부'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왔다. 법관, 군인, 국립대 교수 등 권력층은 법률에 따라 퇴직 전 봉급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고 있다. 이는 국가 재정 악화와 함께 국가가 정한 최저 임금보다 낮은 연금을 받는 노동계층의 박탈감을 심화시켰다. 룰라의 개혁안은 고액 연금수령자의 연금을 내리고 노동자들의 연금을 올려 형평의 원칙을 실현시키겠다는 것이다.

탈세를 일삼아 온 변호사, 의사, 자영업자 등에 대한 강력한 감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곳곳에 암초

하지만 이러한 개혁안은 당장 의회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룰라가 이끄는 노동자당(91석)은 하원 전체 의석(553석)의 5분의 1도 넘지 못하는 소수 정당이다. 연금·세제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면 5분의 3이 동의해야 한다. 최근 사회민주당(74석) 등 일부 야당이 협조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기득권층의 반발을 대변하는 중도·우파 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와 노동자당의 갈등 및 당내 이견이다. 당내에서는 이미 선거 때부터 룰라의 공약이 지나치게 국제 금융자본을 의식해 신자유주의 정책에 경도됐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외신들은 "정통 마르크스주의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는 노동자당 내 30%에 이르는 강경파와 숱한 빈민층의 요구를 조율하고 당·정간 대립을 풀어나가는 것은 모두 룰라의 몫"이라며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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