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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전쟁]<4> 中 중관춘 (中關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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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전쟁]<4> 中 중관춘 (中關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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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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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춘(中關村)은 10년안에 대만의 신주(新竹)를, 20년내에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따라잡을 것이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1999년6월 중관춘 사이언스 파크 설립을 축하하며 이렇게 장담했다. 그 뒤 4년이 흘렀다. '환영, 중국 정보기술(IT)의 요람 중관춘' 베이징 쇼두(首都)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자리한 중관춘 입구에는 큼직한 간판이 걸려있다. 상가이자 각종 벤처 업체들이 입주한 20층 규모의 하이룽(海龍) 빌딩은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거리는 IBM 모토로라 삼성 LG 등 외국 업체와 롄상(聯想) 쇼우신(首信) 등 중국 업체들의 IT 광고판으로 넘쳐난다.

중관춘은 엄청난 속도로 커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 30%이상의 성장을 거듭, 올해의 예상 매출액이 베이징 IT산업 매출액의 50%에 육박하는 800억위안(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들의 질도 비약적으로 향상돼 불과 3, 4년 전만 해도 미국 등 선진국의 관련 기술이 도입되려면 최소한 1년 이상 걸렸으나 지금은 거의 동일하거나 먼저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중관춘이 중국 IT산업의 연구개발 및 상품화의 최대 거점으로 성장,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대만의 신주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중국이 세계의 자본과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면 중관춘은 그 엄청난 구심력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관춘 관계자들은 "80년대 선전 특구, 90년대 상하이 푸동(浦東)이 중국 경제발전을 선도했다면 중관춘은 21세기의 새로운 견인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개발(R&D) 성과가 기업으로 넘어가 신속하게 상품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게 이곳의 강점"이라고 자랑했다.

중관춘의 핵심지역인 하이덴구(海淀區)의 칭화(淸華)대나 첨단기술집적단지인 상디(上地) IT집적단지에서 기술을 개발하면 8,500개를 넘는 중관춘의 입주기업에 의해 신속히 상품화되고 이 제품은 다시 2만개를 넘는 중관춘 안팎의 IT 가게의 진열대에서 곧바로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제품 아이디어→개발→상품화→판매→반응 수렴이라는 전 과정이 베이징 서북부 하이덴구 남쪽의 바이스차오(白石橋)에서부터 북쪽의 칭화대 인근 상디단지까지의 반경 약 10㎞ 내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제품들은 중국대륙과 전세계로 팔려나간다.

중관춘은 88년 중국 정부가 상디단지를 포함한 지역을 '제1호 첨단기술개발구'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면적은 1,104평으로 여의도의 12배에 달한다.

중관춘 일대에는 중국의 MIT와 하버드로 불리는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비롯해 베이징 이공대, 런민(人民)대 등 70여개 학교가 밀집해 있다. 매년 학부 졸업생 3만명, 대학원 졸업생 6,000명 등 고급인력이 쏟아져 나온다. 37만여명에 달하는 중관춘의 과학자와 기술자의 공급원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귀국한 유학생들까지 대거 가세, 실리콘밸리의 기술을 중관춘에 바로 전수하고 있다.

중관춘의 산학연대는 협동 차원을 넘어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직접 기업을 설립해 운영하는 수준으로 일체화되어 있다. 칭화대는 매출액이 1조원에 이르는 칭화둥팡(淸華同方) 그룹 외에 15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베이징대는 매출액 1조6,000억원의 베이다팡쩡(北大方正) 그룹을 포함해 18개 기업을 운영중이다. 중관춘의 간판기업이며 중국의 IBM으로 꼽히는 롄상그룹은 국무원 직속 중국과학원 소속이다.

중국인의 자부심으로 꼽히기도 하는 렌샹은 84년 류촨즈(柳傳志) 렌샹 회장 등 당시 과학원 계산기연구소 소속 11명의 연구원이 중관춘 단층 가옥에서 소형 PC를 조립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칭화대가 세운 46개 자회사를 관리하는 지주회사인 칭화대 기업집단의 쑹 (宋軍) 총재는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중국은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선도하지 못해 대학이 나서고 있다"며 대학의 선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중관춘 지역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바람에 중관춘에 등록한 IT업체의 상당수가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고가의 임대료를 피하기 위해 실제 업무를 중관춘이 아닌 타지역에서 보는 등 편법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관춘은 요즘 조용하게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기업들이 중관춘에 R&D 기능만 남겨 놓고 다른 업무는 외부로 옮기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시애틀 등에 이어 세번째로 R&D센터를 세운 곳이 바로 중관춘이다. 1,400여개 외국기업이 입주한 중관춘을 중심으로 베이징에는 세계 500대 기업중 100개가 중국본부나 아시아태평양 본부가 들어서 있고 R&D센터는 40개를 넘는다. 중관춘의 R&D센터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김경철기자

지난해 11월 열린 제16차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된 후진타오(胡錦濤)는 전국민이 편안하게 사는 소강(小康) 사회 건설을 중국의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과학과 교육을 진흥하자고 강조했다.

동북아 허브대전에 참전한 국가들은 IT 등 첨단기술 개발과 세계적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농민과 노동자의 정당을 자임하던 기존의 노선까지 과학기술 우위로 궤도를 수정했다. 동북아 기술대전(大戰)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것이다.

지금도 중국을 세계의 굴뚝으로 생각하면 착오다. 방대한 시장과 인력을 자양분 삼아 엄청난 속도로 기술력을 키워 컬러TV VCR DVD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한국 업체들의 주력 수출품목에서 세계 시장 1위에 올라선 지 오래다. 이제는 동북아의 R&D 허브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중 120여개 기업이 중국에 R&D센터를 설립, 현지 연구인력을 고용해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에릭슨 후지쯔 휴렛팩커드 IBM 루슨트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NEC 노키아 모토롤라 SUN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은 베이징 상하이 등에 연구개발거점을 갖추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미국의 간판기업 GE의 연구개발센터가 5월에 들어서고 연말에는 일본의 자존심 소니의 연구소가 문을 연다.

상하이에 진출한 한 한국업체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R&D센터를 건립하고 있는 것은 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연구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다국적 기업의 R&D센터 건립과 함께 핵심 기술들이 중국으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 하고, 중국에서는 주로 현지 생산품과 수출품에 대한 기술 지원이나 정보수집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루가 다르게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상하이나 베이징 뿐만 아니라 31개에 이르는 성, 자치구, 직할시가 제각기 나서서 자본과 기술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대로 가면 4년내에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앞지를 것이란 국내 전문가의 전망은 결코 엄살도 과장도 아니다.

중국 고위직에는 유난히 많이 포진한 기술관료들이 과학기술 정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장쩌민 국가주석이 상하이 교통대에서 전기공학을,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베이징 칭화대에서 전기공학을, 호 총서기가 베이징 칭화대에서 수리공학을 전공했다. 특히 호 총서기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2차례에 걸쳐 중관춘 방문했을 때마다 안내역을 자임할 정도로 IT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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