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할인점간의 가격 파괴 전쟁이 시작됐다.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6일부터 전국 22개 매장에서 인기 생필품 1,000개 품목의 가격을 5∼48%까지(평균 10%) 일괄 인하하는 '프라이스 컷' 제도를 실시한다"고 5일 밝혔다. 홈플러스의 이번 할인 제도는 올 한해 소요 비용만 약 500억원에 달하는 업체 최대 규모로, 매년 가격 인하 품목과 폭을 추가 확대해 간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할인되는 상품은 가공식품류 570개, 생활용품 300개, 의류 100개, 신선식품 10개 등이다 홈플러스의 이번 신가격 정책 도입은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해 말부터 실시한 최저가격 보상제에 대한 맞불 성격을 띠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초 홈플러스가 자사 SK포인트제와 유사한 성격의 패밀리카드를 실시하자 12월 물건 구입과 관계없이 신고만 하면 5,000원의 상품권을 주는 '최저가격 신고 보상제'를 실시했다. 홈플러스의 전격적인 가격 인하 선언은 곧바로 국내 할인점 업계의 '가격 파괴 도미노 현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롯데마트는 홈플러스의 가격 정책이 나오자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홈플러스가 할인한 가격보다 최대 10%까지 추가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시장조사를 통해 가격을 내려 업체 최저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할인점 선두업체인 신세계 이마트도 이날 전국 51개 점포에서 일제히 가격 인하 작업에 착수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최저가격 신고 보상제'에 따라 업계 최저가격 판매를 원칙으로 삼고 있어 경쟁업체가 판매가를 인하할 경우 자동으로 가격이 내려가도록 돼 있다"며 "이마트가 상품 구매력에서 앞서 있는 만큼 단돈 1원이라도 더 싸게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랜트마트는 지금까지 시행해 오던 '최저가격 두 배 보상제'를 앞으로 세배로 보상제로 확대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랜드마트 관계자는 "그간 동일 지역에 있는 경쟁업체 보다 비싼 상품에 한해 그 차액의 두 배를 보상했으나 최저가로 판매한다는 대외적 자신감을 보이기 위해 보상액을 3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한국까르푸도 홈플러스와 겹치는 상품에 한해서는 가격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까르푸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사보다 낮은 가격을 신고한 고객에게 차액의 두 배를 보상해주는 최저가격 보상제를 실시해 오고 있다. 미국계인 월마트도 현재 1,300개 품목에 한해 적용하고 있는 '롤 백' 할인 프로그램의 적용 품목 수를 2,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형 할인점간의 가격 출혈 경쟁은 유통 마진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할인점에 상품을 공급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혹시 가격 인하 피해가 약자인 협력업체에 전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할인점 수가 300개로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서 업체간에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 하고 있다"며 "할인점간 출혈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협력업체에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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