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미묘한 군사적 변화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 동해상공에서 북한의 미그기 4대가 비행중인 미군정찰기를 에워싸고 22분간 위협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었고, 미국 조야는 북핵 사태와 관련하여 이 일을 대단히 도발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전투기 중 한대는 불과 17m까지 근접 비행하면서 비행지역을 떠날 것을 수신호로 요구하는가 하면, 사격 자세까지 취했다고 하니 사실이라면 우려할만한 조짐이다.한편 미 국방부는 4일 미국본토에 배치되었던 B-1 및 B-52 폭격기 24대를 괌 기지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군력 증강조치는 임박한 이라크공격에 앞서 한반도에서 발생할지 모를 군사충돌에 대비한 서태평양지역 병력증강 조치의 일환이라고 한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 조치가 방어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개운치가 않다.
북핵 사태로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발생한 미군정찰기 위협사건은 예삿일이 아니다. 북핵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는 이처럼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복잡한 안보환경에서 갓 출범한 우리정부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며 믿음직스럽게 국가안보와 평화를 지켜나갈 것인지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종일 대통령안보담당 보좌관의 베이징 북한측 인사 비밀접촉은 큰 관심을 끌만하다. 우리는 새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5월 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북핵 포기에 대한 의견조율은 중요하다.
그러나 새 정부가 이미 수 차례 다짐한 바와 같이 차후 대북협상은 투명해야 한다. 국민적 의혹만 증폭시킨 전 정부의 잘못된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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