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일 볼티모어 선 등 미국 지방일간지 14개사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북한 핵무기 개발 저지 노력과 관련해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적인 해결책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적 조치는 최후의 선택이며 외교적인 노력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군사적인 해결책을 입에 올린 것은 처음이다.
다음날인 4일 미 국방부의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과 가까이 있는 미군 전력을 보강하기 위한 신중한 조치(prudent measure)의 하나로 서태평양지역 병력 증파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본토 기지에 배치돼 있던 B-52 폭격기 12대와 B-1 폭격기 12대를 괌으로 파견한다고 전했다.
물론 미국 정부가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기조로 하는 대(對) 북한 핵 정책을 수정했다거나 북한의 군사적 돌출 행동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 정부의 공식 입장도 조심스럽고 다분히 절제돼 있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이 일정한 한계를 넘을 때 미국의 인내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양측간 긴장의 끈이 더욱 당겨지는 형국이다.
미 국방부는 서태평양 병력 증파 사실을 발표하면서 북한 전투기와 미군 정찰기의 대치 사건 상황 이전에 결정된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증파 명령은 이라크 전선의 병력 증강에 따른 서태평양 지역의 전력 공백을 보강하는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해 공해상 공군력 대치의 상황이 벌어진 지 하루 만에 병력 증파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잠재적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북한의 어떤 군사적 위협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시 대통령의 군사적 해결 언급은 더욱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 같은 언급이 미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말한 것"이라고 답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모든 대안이 책상에 올려져 있다"는 지금까지의 수사와 직접 군사적 해결을 언급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영변 원자로 가동 등 북한의 행동이 미국이 설정한 '인내의 한계선'에 다가오면서 미 정부 내에서 일고 있는 강경론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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