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밝혔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냉대와 보복인사였습니다."경기 안산시 종합운동장 건설 과정의 시 예산낭비 사실을 지난해 4월 폭로한 안산시청 직원 김모(48)씨는 같은 해 11월 부패방지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를 요청했다. 폭로 당시 시장이었던 A씨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시청에 있던 자신을 사업소를 거쳐 동사무소로 발령 내는 등 보복성 인사조치를 내렸다고 판단했기 때문. 결국 부방위는 5일 김씨가 보복인사를 당했다고 인정하고 '신분보장권'을 처음으로 발동, 원상회복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취할 것을 안산시장에게 요구키로 의결했다.
최근 대전국세청의 세무비리의혹을 제기한 공무원 한모(46)씨도 "의혹 제기 후 차량을 미행하거나 병원진료기록을 빼내는 식의 표적감찰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1998년 철도청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황하일(40)씨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리한 법정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허술한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2002년 1월부터 내부고발자 보호규정을 포함한 부패방지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허술한 법 규정 탓에 내부고발자가 각종 보복성 인사나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등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내부고발을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 차별을 가할 경우 징계 요구 및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규정자체가 단순한 시정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군 부재자 투표 부정을 폭로했던 '공익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의 이지문(李智文·35) 소장은 "현재도 내부 고발자가 협박, 왕따, 조직내의 은밀한 불이익처분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있다"며 "허술한 법규가 그대로 있는 한 부정부패에 대한 내부 고발이 활성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복행위 처벌 강화 정신적 괴롭힘과 왕따 등 무형적 보복에 대한 보호규정 마련 비밀준수 계약위반에 대한 면책조항과 잠정적 신분보장 조항 신설 보복성 징계의 입증 책임 사용자에게 부과 등을 주장하고 있다.
외국은 철저한 고발자 보호
미국은 1989년 별도의 내부고발자보호법을 제정하고 주정부도 자체적인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운영하면서 법적 테두리내에서 집단 괴롭힘이나 신분상 불이익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영국은 1999년부터 공익제보보호법을 시행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조직 내 비밀문화에서 야기되는 부정부패행위를 차단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윤태범 교수는 "조직적인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실효성 있는 내부고발자 법적 보호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