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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카이거 감독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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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카이거 감독 투게더

입력
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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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입니다. 제 엄마가 두고 간 바이올린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던 녀석이지요. 얼마나 바이올린을 잘 켜는지, 녀석이 연주를 하면 끙끙 앓던 산모도 애를 쑥 낳는다니까요. 녀석이 베이징 콩쿠르에 나가서 5등을 했죠. 뇌물을 안 써서 그렇지 실력은 1등입니다. 콧대 높은 교수님에게 빌어서 녀석을 맡겼습니다. 중국 최고의 교수님께도 찾아갔죠. 제 '비밀'을 들은 교수님이 눈물을 흘리더니 녀석을 한 번 데리고 오랍니다. 그런데 세상에. 녀석은 바이올린을 팔아 이웃집 여자 코트를 사주고, 바이올린을 못 켠다고 거짓말까지 합니다.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 (샤오천의 아버지 리우청)'패왕별희'를 정점으로 지지부진하던 첸카이거 감독을 기사회생시킨 '투게더(Together)'는 사랑 외에는 아무 것도 줄 수 없는 아버지 리우청(이루 페이치)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샤오천(탕윤)의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 시골 요리사인 아버지는 베이징서 막노동꾼이 됐지만 아들을 위해 '맹모삼천지교'를 따르고 "음악적 성공은 실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시니컬한 태도였던 지앙 교수(왕 지웬)도 결국 소년에게 마음을 연다.

이웃집 여자 릴리(첸 홍)를 흠모하게 된 소년의 미묘한 심리 변화나 아들을 유 교수(첸 카이거)에게 맡긴 후 성공을 눈 앞에 둔 아들을 두고 떠나는 아버지의 시원섭섭한 심정 등 내면 묘사도 노련하다. '투게더'의 배경이 중국임을 감안하면, '만든 얘기'라는 비난보다 '반들반들한 세상의 투박한 사랑'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러나 선의로 무장한 사람들,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의 애틋한 사랑만으로 세상이 구성되는 듯한 동화적 구성은 '신파'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욱이 '패왕별희' '현 위의 인생'에서 보였던 타자와의, 혹은 자아의 갈등이 이번에는 '가족 사랑'이라는 모호한 주제 속에서 갈 길을 잃고 헤멘 느낌이다. 관계에 대한 치열한 성찰도, 사랑의 새로운 방식도 전달하지 못한 그의 사랑 얘기는 대중적 성공과는 별개로 영화에 대한 논란을 적잖게 불러 일으킬 것 같다. 14일 개봉. 전체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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