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장관을 둘러싼 아들 병역기피등 의혹이 본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날로 확대되고 있다. 진 장관이 삼성전자에서 일한 16년간 주민등록이 없는 상태였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아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해명에도 의혹이 일고 있다. 주요 의혹내용을 정리해본다.
진장관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
진 장관은 아들의 한국 생활 부적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가게 됐고, 결과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즉 병역을 기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아들의 한국 생활 부적응에 따른 불가피한 미국행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 장관의 아들은 고교 1학년때 반에서 4∼6등의 성적을 유지했고 국민윤리, 정치경제 등 4과목에서만 '미'를 받았고 나머지 과목은 모두 '수'를 받았다. 결석한 적도 없으며 '성실하고 교과성적도 우수한 모범생'이었다.
그러다 2학년 1학기때 학교 성적이 다소 떨어져 한 시험에서는 반(52명)에서 16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학년 담임선생이었던 장모씨는 "언어영역, 윤리, 국사 등 취약과목에서 성적이 떨어졌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생활도 잘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진장관 아들은 2학년 1학기를 마친 뒤인 95년 8월 이 학교를 자퇴한 뒤 성남의 한 외국인 학교로 전학했다. 병역 문제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한 전학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장기 '주민등록 말소' 진짜 이유
진 장관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배경에 대해 "1986년 귀국할 때 이민여권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공항에서 이민여권 소지자는 주민등록을 말소해야 한다고 해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주민등록 말소란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지는 것으로 진 장관의 말소 사유는 '국외 이주(이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진 장관은 2001년 6월 주민등록증을 다시 발급받았다. 진 장관은 "87년 삼성에 올 때 92년까지 계약직으로 스카우트됐다"며 "계약이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기 때문에 영주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그 이후 한참 동안 영주권을 유지한데 대해서는 "영주권을 갖고 있으면 비즈니스할 때 편리한 점도 있었고, 영주권 포기 절차가 까다롭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 장관이 영주권을 포기한 시점이 아들의 병역 면제와 한국 국적 상실이 확정된 뒤이고, 자신이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임명되기 전이어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이득이 있을 때까지 주민등록 말소 상태를 계속 유지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부당내부거래 개입 의혹
진 장관이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와 부당 내부거래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5일 "진 장관이 1997년 삼성전자 대표이사로서 당시 삼성중공업 소유였던 이천전기를 인수·운영하면서 출자와 지급보증으로 2,000여억원을 지원했다가 손실을 입은 부당 내부거래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가 98년 10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진 장관 등에게 276억원을 연대 배상하라고 선고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수백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진 장관은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또 "진장관은 97년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게 45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사모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하는 안건을 처리한 이사회에 참석,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편법 증여과정에도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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