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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아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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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아첨론

입력
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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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히틀러에게는 조작된 신화가 있었다. 절대권력 주변의 무리들이 히틀러를 채식주의자라든가 금욕주의자라든가 하는 이미지로 미화시킨 것이다. 그가 돈에는 관심이 없었던 깨끗한 정치가라는 신화는 오래 지속되었다. 불프 슈바르츠벨러는 저서 '히틀러와 돈'에서 측근들이 백만을 모았다면 히틀러 총통은 억만을 모았다고 실례를 들어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결코 청렴한 정치가가 아니었다. 그가 권력을 잡자, 그리고 권력이 강해짐에 따라 수많은 정상배와 아첨꾼이 몰려들어 이권을 나누었다. 히틀러를 둘러싼 정상배와 아첨꾼, 사기꾼 등에 의해 제3제국은 파멸로 치달았던 것이다.■ 군인 출신의 황제 나폴레옹은 아부하는 사람을 극히 혐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첨하는 길은 있었다. 어느 대신이 말했다. "황제 폐하는 아첨을 가장 싫어하신다지요?" 아첨은 이렇게 장애물을 극복하곤 한다. 일찍이 플루타크 영웅전에 경계의 말이 쓰여 있다. <어떤 사람은 아첨 속에 바른 말을 향료처럼 교묘히 섞어서 권력자가 싫어하지 않게 한다. 또 때로는 술을 마시면서 흉금을 털어놓고 농을 함으로써 아첨이 아니라 지혜로운 견해를 존중하는 것인 양 보이게> 아첨은 물리치기 쉽지 않다. 아첨의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첨단을 달린다.

■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중 '권력에 아부' 부분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다. "참여정부에서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이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다. 성실하게 일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변칙이나 편법, 반칙이 통하지 않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자는 주장이다. 비루한 아첨 따위를 하지 않고도 근면하게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선언이다. 지극히 원론적인 주장이 왜 새삼 화제가 되는가. 우리 역대 대통령들의 독재와 권위주의 자체가 아첨이 번성할 토양이었기 때문이다.

■ 아첨은 윗사람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자신에게도 하며, 아랫사람에게도 한다. 어느 경우에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대중은 자기에게 아첨하는 자를 숭상함으로써 독재구조가 구축돼 간다. 노 대통령의 아첨배 배격 발언은 혹시 대중에게 아부하는 말은 아니었던가. 아닐 것이다. 또 배격 다짐을 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낫다. 대신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아첨을 멀리 하는 첩경은 사회의 투명화와 민주화다. 그런데, 대통령의 아첨 배격을 지지하는 이 글도 혹 아첨하는 글은 아닌가?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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