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첫 내각에 대하여 대다수 언론의 의제 설정은 '파격'이란 단어로 모아졌다. 언론은 유난히 나이와 서열과 관행의 파괴 및 여성 발탁을 부각시키고 나섰다. 공직사회의 '파격 인사', '관행 파괴', '서열 무시'라는 부정적인 보도 틀 안에서 '비주류 40대', '신인', '세상을 뒤집은', '세대교체', '11년 후배' 등의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했다. '관료직 동요', '국정 불안' 등 불안감 조성의 표현도 적지 않았다.과연 무엇이 파격인가? 이번 내각 구성은, 물론 DJ 정부 때와 비교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10년 전인 YS 정부 때와 비교하여도 평균 연령이 불과 1살 낮으며, 여성 장관 비율도 고작 1명 더 많을 뿐이다. 40대 장관도 YS 정부 때 2명보다 겨우 1명 더 많다. 대학교수 출신이 많다고 하지만 YS 정부 때는 지금보다 2명 더 많은 5명이나 발탁됐다. 과거 정치인과 언론인 출신이 독차지하던 문화부 장관만 해도 이제 문화예술인이 앉았으니 제자리를 찾은 셈이 아닌가?
이번 내각 구성은 파격이 아니라 원칙을 찾은 것이며, 근본 방향은 옳은 것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언론은 지나치게 나이와 서열과 관행과 여성 등 외형적인 기준에만 집착했다. 그러다 보니 '파격' 인사가 마치 정도를 벗어난 방식이고 세상 질서를 뒤엎는 것인 양 독자에게 비쳤다. 또 여론조사에서 이번 내각에 대해 긍정 의견이 훨씬 높게 나타난 점을 고려한다면 분명 언론의 의제설정은 여론 동향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신문 지면에는 정작 독자가 필요로 하는 새 내각의 운영 방향이나 장관의 철학과 능력 등 직무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해설은 충분하지 못했다. 도리어 장관 주변 에피소드나 행동거지, 옷차림, 출근 차량이나 모습 등 가십성 기사가 지면을 많이 차지했다.
공직 후보를 둘러싼 언론의 하마평 기사도 이제는 인물을 제대로 검증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각종 하마평 보도는 결과적으로 오보일 수밖에 없다. 언론에 오르내렸던 수많은 후보 중 대다수가 낙마하기 때문이다. 지금 공직 후보의 하마평 보도는 선거판의 경마 저널리즘과 다를 바 없다. 특종 의식에 사로잡힌 언론이 후보들을 모아놓고 마치 로또 복권을 뽑는 점치기 보도에 불과하다. 또 그런 기사에는 자가 발전용, 끼워넣기 식, 귀동냥 등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도 꽤 많다. 언론은 누구를 위해서 공직 후보의 하마평 기사를 싣는지 한번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공직자의 프로필 기사에서 흔히 등장하는 '두주불사형', '폭탄주', '의리파', '보스 기질', '바둑 몇 급' 등의 표현들이 공직 활동과 무슨 상관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직자의 부인 이름과 그 나이, 몇 남 몇 녀의 자녀 등을 꼭 기사화해야 하는 지도 한번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언론의 시각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의 연장에 불과하다. 이번 내각 구성은 "파격이 아니라 그것을 파격으로 보고 있는 시선이 타성에 젖어 있다"고 노 대통령이 밝힌 바 있다. 한 기자는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일이 마치 파격인 양 비치는 현실이라면, 그 동안 어딘가에 잘못된 관행이 숨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잘못된 타성을 깨는 게 바로 개혁이 아닌가? 여기에 언론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dwjoo@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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