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금융상품은 단연 '주가지수 연동 정기예금'이다. 지난해 11월말부터 각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판매에 나서 2월말 현재 무려 1조6,000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초저금리시대에 주가지수 상승에 비례해 보너스 금리를 주는 이 상품에 투자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이 같은 폭발적 인기를 바라보는 조흥은행 상품운영부 최광준(45·사진) 부부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2001년 2월 마케팅부 과장 시절, 국내 처음으로 주가지수 연동 예금인 'CHB인덱스정기예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저금리시대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10%대를 기록하던 정기예금 금리가 6%대로 떨어졌거든요. 사라진 4% 금리를 어떻게 보충할까, 고민하다가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선물투자 성격상 현물투자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콜 옵션에 투자하면 주가지수가 떨어져도 매수를 안 하면 그만이어서 손해 볼 염려가 없었으니까요."
'CHB인덱스정기예금'의 상품구조는 간단했다. 고객이 돈을 예금하면 미리 예금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떼서 주가지수 콜 옵션에 투자하는 구조다. 더욱이 원금만 보장하는 요즘 상품과는 달리 기본금리(3개월 만기 3.0%, 6개월 만기 4.0%)까지 보장했다.
그러나 당시 고객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3개월 판매 실적이 200억원. 1주일만 판매해도 1,000억원을 훌쩍 넘는 요즘과는 큰 차이다. 주가상승폭도 예상외로 적어 보너스금리도 2%에 불과했다. 다만 외국은행 국내지점에서 "어떻게 그런 상품을 개발했느냐. 공동으로 판매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문의전화만 걸려올 뿐이었다.
"만기 때 주가지수가 5% 이하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 보너스금리를 안 준다는 조건 때문이었죠. 당시만 해도 고객이 리스크(위험)를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거든요. 요즘이야 '고수익=고위험'은 상식으로 통하지만요."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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