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TV에도 동물 출연이 잦아졌다. 방송가에는 동물이 나오면 시청률 경쟁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그러나 방송 3사의 동물 전문 프로그램이 지나친 억지 연출로, '동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기획 의도를 무색케 하고 있다. 시청자 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은 지난달 7∼17일 방송된 KBS2 '주주클럽', MBC '와우! 동물천하', SBS 'TV 동물농장' 등 3개 프로그램을 모니터해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동물에 대한 지나친 의인화와 부적절한 대사·자막 남발, 이로 인한 정보 왜곡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TV 동물농장'은 '사룡이와 명랑이의 터닝 포인트' 편에서 사자와 호랑이 사이에 태어난 새끼가 라이거가 아닌 호랑이로 보인다는 사육사의 잘못된 추정을 내세워 "맹수 세계에도 외도와 불륜이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새끼는 라이거로 판명 났다. '개와 고양이―아주 특별한 이야기' 편에서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장면과 함께 "웃음이 헤퍼진 페페" "오빠 나이가 몇이야(느끼한 성우 목소리로)" "스토커 기질이 있다"는 등 선정적 내레이션과 대화를 남발했다.
지나친 선정주의는 동물 학대로까지 이어졌다. '주주클럽'의 '돌아온 응도' 편에서 강아지들을 진공청소기로 위협하는 모습 등이 방송됐고, 'TV 동물농장'의 '공포의 파마머리 진이 이야기' 편에서는 다섯 살 난 여자아이가 강아지를 이유 없이 때리고 장난치다가 큰 개에게 등을 밟혀 우는 장면을 거르지 않고 내보냈다. '와우! 동물천하'에서는 태국의 개 종합병원을 소개하면서 피가 흐르는 동물의 상처 부위를 클로즈업하거나 부상한 동물이 고통스러워하다가 숨이 끊어지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모니터 회원 심미선씨는 "동물에 관한 다양한 소재를 발굴한 것은 참신하지만 시청률 높이기에 급급한 과도한 연출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라는 기획의도를 살리려면 과학적 설명을 곁들여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프로그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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