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작사의 공개 리콜은 올 들어서만 벌써 대상차량이 9만7,000여대에 이른다. 사상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129만 여대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국가가 자동차 안전기준을 제정하고 확인하는 '형식승인제도'가 제작사가 스스로 안전을 책임지는 '자기인증제도'로 전환되면서, 국가의 사후관리가 강화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7월부터는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돼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규정이 한층 강화했고, 인터넷동호회 등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의 권리의식도 크게 높아졌다. 자동차 회사들은 대형 리콜 사태가 발생하면 회사 존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결함이 예상되는 부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리콜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수입차가 리콜에 더 적극적
건설교통부 2002년도 리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리콜을 가장 많이 실시한 메이커는 BMW로 총 20종에 달한다. 현대차가 2위로 18종, 기아차가 3위로 11종이다. 국내차 총 리콜 차종 수는 37종으로 수입차의 총 리콜 35종과 비슷한 수준.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1%를 약간 상회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수입차 회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리콜을 실시하는 지 알 수 있다.
리콜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르노삼성이 연료 파이프 연결 고무호스 균열우려 때문에 SM5 3개 모델에 대해 리콜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들어 트라제XG의 연료탱크 누유 문제로 리콜을 실시하는 등 총 21개 모델이 리콜 중이다. GM대우는 주행 중 가속불량 현상이 나타나는 마티즈 CVT 등 5개 모델, 쌍용은 앞자리 햇볕가리개 모서리의 결함이 발견된 무쏘의 리콜을 하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는 현재 BMW가 735i 모델에 대해 연료펌프 제어부품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하는 등 4개 모델이 리콜 중이며, 허브 베어링의 파편 문제 등으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3개 모델도 리콜을 하고 있다.
현재 리콜 중인 차량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건설교통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www.car.go.kr)를 찾아보면 된다.
안전 직결부품만 리콜해 불만
자동차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해마다 300여종 2,000만대 가량의 자동차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리콜은 '완벽한 제품은 없다'는 관점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작사의 적극적인 서비스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리콜이 많은 차가 더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리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이제 국내에도 많이 확산돼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가 자동차소유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리콜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리콜 경험자 중 55%가 "리콜 후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리콜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2.3%에 불과해, 많은 사람들이 국내 자동차제작사가 리콜에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자동변속기 소음이나, 선루프 고장 등에 대해서는 자동차 회사들이 "안전과 직결된 사항이 아니다"는 이유로 소극적 대응을 하고 있어 불만이 높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들을 살펴봐도, 새로 구입차량의 부품 하나를 고치려고 수없이 AS센터를 다녀오고 수백통의 전화를 걸면서 자동차 회사에 분노를 느끼게 된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소보원 김종훈 생활안전팀장은 "아직까지 제작사들이 공개 리콜에 나서는 것은 안전에 직결된 주요부품에 한정돼 있다"며 "앞으로는 모든 부분에 대해 광범위하게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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