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을 당기면 왼쪽으로 틀어지고, 발목을 누르면 가속이 됩니다."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탄천유수지 내 장애인운전연습장.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운전교습차량의 작동방법을 설명하는 고용성(50)씨의 얼굴이 환하다. 그가 수개월에 걸쳐 개조한 족동차(足動車·발만으로 움직이는 차)가 드디어 새 주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송파구가 국내 처음으로 이날 시작한 족동차 운전교습으로 양팔 장애인들도 운전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됐다. 첫 교습에 참여한 '발자모(발로 운전하는 자동차 오너들의 모임)'회원 10여명은 들뜬 마음으로 고씨의 설명을 들었다.
27년 넘게 장애인 차량 개발에 매진한 고씨 자신도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돌을 갓 넘겨 소아마비에 걸렸다. 손재주가 탁월해 금세공 기술자로 성장한 그는 20대 초반인 1975년 자동차에 흠뻑 빠졌다. 그는 폐차 직전의 중고차를 구입해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운전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고씨는 무작정 차를 끌고 나갔다. 물론 무면허 불법운전이었다. 8년 여의 투쟁 결과 83년 장애인운전면허제도가 시행됐고 고씨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운전면허 소지자가 됐다.
이때부터 자동차와 장애인을 잇는 그의 특별한 인생이 본격화했다. 고씨는 장애인들에게 운전교습을 시작해 10여년간 3,000여명을 가르쳤다. 그가 지금까지 개발한 장애인용 차량 보조장치도 100여종이 넘는다.
박재현(28) 발자모 회장은 "그는 우리 같은 양팔 장애인들에게 운전의 꿈을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그가 족동차 개발에 나선 것은 99년. 핵심 원리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견학까지 다녀온 그는 2년간 사비 1억5,000여만원을 투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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