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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연극, 어려워 마세요"/로베르 르파주 1인극 "달의 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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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연극, 어려워 마세요"/로베르 르파주 1인극 "달의 저 편"

입력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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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1인극에 연출자는 프랑스계.'말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법하다. 하지만 아방가르드 연극이 어렵고 그로테스크하다는 고정 관념은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좁은 의미의 아방가르드만 봐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3∼15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캐나다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46)의 '달의 저편'은 다양한 아방가르드 경향을 소개하는 '21세기를 이끄는 아방가르드 리더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인 러시아 극단 데레보의 '신곡'이 천막 안에서 펼쳐지는 서양 전통극과 발레, 마임이라는 고전적 요소를 응용했다면 2000년 퀘벡 트리당 극장에서 초연된 '달의 저편'은 뛰어난 영상 이미지와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 영상세대의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르파주는 프랑스어권인 퀘벡에서 태어났다. 그런 독특한 성장 환경은 1984년 영어와 불어 이미지가 어우러진 3중 언어극인 첫 작품 '순환'으로 표출됐다. '달의 저편'도 두 문화를 함께 소화한 연출자의 강점이 돋보인다.

문학철학 박사논문으로 우주여행의 문화적 영향에 대해 준비하면서도 우주선은커녕 비행기조차 타본 적이 없고, 주말에는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40대의 필립과 TV 기상캐스터로 성공적 삶을 살고 있는 동생 앙드레의 충돌과 갈등, 화해는 프랑스 블랙코미디의 구조와 유사하다. 여기에 영미권 문화의 영향인 듯 미국과 소련의 달을 둘러싼 우주개발 경쟁을 배경으로 설정, 절묘한 어울림을 보여 준다.

영상세대 연출자답게 필름이나 슬라이드, 프로젝션 등을 이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준다. 막이 오르자마자 세탁소와 TV 스튜디오, 연구실, 달이 빛나는 야외공간 등 100여 곳을 넘나드는 빠른 공간 전환이 계속된다. 세탁기를 우주로 들어가는 입구로 설정하는 등 소품을 이용한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필립과 앙드레, 이들의 어머니와 의사 등 모든 역을 혼자 소화하는 출연자는 영화 '1850 길로틴 트래지디'에서 해군소령 역을 한 배우 이브 자크다. 1989년 영화 '몬트리올 예수'에서 자크가 추기경 역을 맡았을 당시 르파주가 '르네' 역을 맡은 인연이 이어졌다. 르파주는 일정이 바빠 서울 공연에는 오지 못한다. 1인극이기에 한결 중요한 음악은 현대음악 작곡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인 로리 앤더슨이 만들었다.

르파주는 늘 영어와 불어 대본을 따로 만드는데 이번 공연은 영어 버전에 한글 자막을 쓴다. 미완성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차츰 완성해 나가는 것으로 '악명 높은' 연출가답게 불어 버전과 영어 버전은 많이 다르다. 국내 관객은 원어의 절묘한 언어 유희나 묘한 어감차를 제대로 맛볼 수 없어 아쉬울 수도 있다. 그 대신 2시간 10여분 동안 펼쳐지는 화려한 이미지 쇼는 특별한 인내심이 없어도 지루함을 메울 수 있다. 휴식시간이 없어 중간 입장은 안 된다. 3만∼6만원 (02)2005―0114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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