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로이트에는 아무나 설 수 있는 게 아닙니다."독일 바이로이트 음악제에서 필립 강이라는 이름으로 동양인 최초로 주연급을 맡았던 강병운(54·베이스) 서울대 교수의 한 제자는 이런 말로 스승에 대한 긍지를 표했다. 그만큼 바그너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주는 바이로이트 음악제는 성악가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무대이다.
그 꿈의 무대에서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로 주연급을 맡아 화제가 된 베이스 연광철(37·사진)씨가 9일 LG아트센터 독창회를 통해 금의환향한다.
그의 노래는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오직 치열한 노력으로 정련한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공고 졸업 후 독학으로 노래를 공부해 들어간 청주대 음악교육과는 독창자가 아닌 교육자를 키우는 과정이었다. 또 학비를 아끼려고 유학도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음악원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의 타고난 재능은 곧 빛을 발했다. 국내에서 중앙·동아 콩쿠르를 휩쓴 데 이어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를 우승하며 이름을 떨쳤다. 특히 95년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 공연에 함께 서는 기회를 얻으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94년 260년 전통의 베를린 슈타츠오퍼에 입단한 그는 단역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다가 지난해 마침내 바이로이트 음악제에서 오페라 '탄호이저'의 주역 헤르만 성주 역을 맡았고 독일 언론은 '바그너가 찾던 그 목소리'라고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99년에 이어 국내 두 번째인 이번 독창회에서 그는 슈베르트의 가곡과 모차르트와 마이어베어,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를 부른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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