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지방흡입 수술을 받던 여성이 사망한 후 죽음을 무릅쓴 미용성형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지방흡입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는 내원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대한 유혹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클리닉 등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강남을 둘러보았다.
3일 오후 서울 강남의 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 문을 열자 '드르르륵' 하는 흡입기의 전동모터 소음으로 시끄럽다. "지금 지방흡입 수술 중이라 조금 시끄럽습니다." 예약한 기자를 맞은 것은 상담실장. "원장님 면담은 3만원의 진찰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후 비만을 지방흡입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문의했다. "수술로 지방을 빼면, 늘어진 살이 착 달라붙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배가 늘어진 것은 지방흡입으로도 소용 없다던데." "옛날 수술 장비론 그랬죠. 하지만 최신 리포매틱 흡입기는 피부주름의 원인인 셀룰라이트층까지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피부가 탄력을 되찾습니다." "그냥 운동만 하거나 지방분해주사를 맞는 건 어떨까요?" "먼저 살을 빼는 것도 좋지만 운동만으론 한계가 있지요." 수술비는 허벅지가 600만원, 복부가 600만원. 수술 후 관리가 포함된 가격이다.
이어 진찰한 의사는 "비만클리닉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방흡입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살이 잘 안 빠지는 체질인 것을 보니 지방흡입을 받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그는 최근의 사망사고에 대해 "우리가 쓰는 것과는 다른 장비"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후 6시를 넘겨도 상담자는 줄을 이었다.
강남의 다른 성형외과. 지방흡입을 많이 하는 이 곳은 사망사고의 여파인 듯 한산했다. 의사는 "배에는 지방이 많지 않다"며 "차라리 등쪽에서 허리 윗부분 지방을 뽑아내라"고 권한다. "지금으로선 지방축적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살이 붙으면 체형이 볼품 없어진다"고 덧붙인다. "한번에 얼마나 뽑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신마취가 필요할 정도로 다량을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더 많은 양을 흡입하고 싶다면 수술에 반영하겠다"고 말한다. 이 곳에서 나온 '견적'은 허벅지, 엉덩이, 등을 합쳐 650만원. 지방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200만원이 할인된 가격이다.
또 다른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는 "사고 후 수술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노출의 계절을 대비한 여성들이 이맘때 몰려 밤까지 수술일정이 빡빡했지만 요즘은 거의 환자가 없다는 것.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지방흡입 자체가 특별히 위험한 수술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미국에선 가장 많이 하는 미용성형수술(국내에선 4번째)로 미 미용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2001년 38만5,000명이 받았다.
다만 손쉽게 날씬해지려는 환자와 전공을 불문하고 지방흡입수술을 도입하는 일부 개원의의 과욕이 문제다. 전문의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지난달 20대 여성의 사망은 1만㎤이상 뽑는 수술(메가리포석션)을 받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흡입량이 많으면 전신마취는 필수고, 마취와 지혈 목적으로 주입하는 투메슨트용액의 양도 많아진다. 투메슨트용액은 지방흡입때 다른 성형수술보다 다량이 주입되기 때문에 민감한 환자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의는 "아무리 기계가 좋아도 수술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몇 시간씩 수술에 매달리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화상을 입거나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부작용 등이 모두 의사의 주의 부족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지방흡입으로 체중을 몇 ㎏씩 빼거나 체형을 완전히 바꾸려 욕심내지 말고, 수술 전 검사를 꼼꼼히 하는 것만이 위험을 피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지방흡입 Q&A
―지방흡입으로 어떤 체형의 살도 뺄 수 있나?
"말 그대로 피하의 지방만 빼내는 것이기 때문에 골격 자체가 크거나, 근육이 붙은 것이라면 수술대상이 안 된다. 살을 집어보는 핀치 테스트를 해서 3㎝ 이상 잡힐 경우 수술을 한다. 전신에 살이 많은 비만보다 국부적 체형교정을 원하는 사람에게 좋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받을 수 있나?
"문제는 피부 탄력이다. 임상 경험상 지방을 뺀 뒤 피부탄력이 어느 정도는 회복되지만 50대부터는 한계가 있어 수술 뒤 피부가 더 늘어질 우려가 있다. 튼살이 많으면 결체조직까지 손상됐다는 뜻이므로 복근을 조이는 수술을 받아야 결과가 만족스럽다."
―요요는 없나.
"지방세포 자체를 빼내므로 수술을 받지 않은 부위에 비해 확실히 덜 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살이 찐다면 어느 정도는 다시 살이 붙는다."
―얼마까지 뺄 수 있나?
"4,000∼6,000㎤가 안전한 한도다. 이를 넘으면 여러 번에 나눠 수술받는 것이 안전하다."
-수술, 회복에 얼마나 걸리나.
"당일수술 후 퇴원하고, 이튿날 치료 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압박복을 6주간 입어야 한다. 한달이 지나면 붓기가 빠지면서 피부가 서서히 밀착하면서, 6개월이면 완전히 날씬해진다."
―수술 전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혈액검사, 흉부 X선 검사를 통해 수술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해야 한다. 심장·간·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고혈압·당뇨·빈혈인 경우 수술을 받아선 안 된다. 수술 전 아스피린·비타민E·소염제·이부프로펜계통의 해열진통제 복용도 피해야 한다."
―수술후 관리(엔더몰로지)는 어떤 효과가 있나?
"엔더몰로지는 지방층을 롤러 같은 기구 등으로 꼭꼭 다지는 것이다. 수술 없이 엔더몰로지만 할 경우 효과는 몇 달만 지속될 뿐이다."
/김희원기자
↑도움말=드림성형외과 김현수 원장·박현성형외과 박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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