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의 방재설계가 허술해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최근 서울시립대 지진·방재연구소에 의뢰한 '서울지하철 방재설계 기본방향 연구'결과에 따르면 9호선에서 피난기준시간 초과, 비효율적인 소방시설계획 등 안전상의 문제가 드러났다. 반포―김포공항 구간 25.5㎞를 잇는 9호선 1단계 건설공사는 이미 기본설계가 끝나 2007년 완공목표로 지난해 공사에 들어갔으며, 민자사업자가 결정되면 내년 중반까지 실시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9호선 총 25개 역 중 24개는 지하에 만들어진다.
방재설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피난시간. 미국 화재예방협회(NAFA)는 승강장에서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까지 4분, 대합실까지 6분을, 홍콩(LAL)은 승강장에서 승강장 출구까지 4.5분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9호선의 경우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분당 최대 30m로 가정했을 때 김포공항역, 고속터미널역, 903역(역 이름 미정), 921역의 경우 대합실까지 탈출하는 데 6분을 넘었다. 특히 고속터미널역과 김포공항역은 에스컬레이터 최대속도를 분당 40m로 올렸을 경우에도 기준시간을 초과했다. 더욱이 이 두 역은 환승역인데다 각각 지하 39.5m, 31m로 깊은 곳에 위치, 물리적인 시간단축이 어려워 피난 유도등과 동선표시선 개선, 개찰구 수용능력 증대 등의 간접적인 보완방법 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역사별 피난계획을 수립하는 데 기준을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한 사례도 많았다. 905역사의 경우 지하철건설본부의 피난대상인원은 1,910명이었지만 기본설계상에는 1,284명이 적용됐다. 또 에스컬레이터 수용인원이 전체 출구수용능력의 절반을 넘지 못하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인데도 915역사의 경우 630명(승강장→대합실)중 420명을 에스컬레이터가 담당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연구소측은 "아예 이러한 기준마저 없이 계획이 수립된 역도 있다"고 말했다. 비상용 환기팬은 주변온도 80도에서 1시간 작동하도록 돼 있어 주변 250도에서 1시간 이상 작동토록 한 미국에 비해 내화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는 승강장엔 스프링클러의 효능이 떨어지는데도 설치한 반면 역사내 화재위험성이 높은 배기시설(공조) 기계실엔 스프링클러나 가스 소화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도록 계획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강창구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장은 "지적된 사항을 실시설계 등에서 적극 반영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