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2∼3%포인트 인하하고, 지방 재정확충은 일부 국세의 지방세 전환 대신 지방 교부금·양여금 제도로 보완하기로 했다.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4일 MBC 라디오에 출연, "동남아 등 경쟁국들이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인 만큼, 이들 국가보다는 법인세율 부담이 낮거나 같은 수준이 돼야 한다"며 "법인세 감면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자영업자의 소득을 양성화, 거기서 얻어지는 세원만큼 세율을 낮추되 임기 5년간 세율 인하폭을 미리 예고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동남아 주요국의 법인세율은 홍콩(16%) 싱가포르(22%) 대만(25%) 등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반면, 말레이시아(28%) 중국·일본·태국(30%) 등이 높은 수준. 동아시아 허브(Hub)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5∼11% 포인트 낮으며, 중국은 높은 세율에도 불구 광활한 배후시장을 노리고 외국자본이 쇄도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한국과 달리 자체 산업보다는 외자유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도시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율은 싱가포르보다는 높고 대만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투자세액 공제나 손비인정 등 누더기처럼 널려있는 각종 감면조항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즉 '감면조항 축소, 세율은 인하'가 법인세 체계개편의 골자라는 것. 지난해 국세 감면액은 14조원으로 이중 법인세가 4조5,000억원을 차지, 명목 법인세율은 27%이지만 실효세율은 23%내외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기업에 돌아갈 실질적 혜택은 세율인하 정도와 감면조항 축소 폭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조세연구원 박기백 연구위원은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리면 연간 세수가 7,000억∼8,000억원씩 줄어든다"며 "부족한 세수를 음성·탈루소득 축소 등 세제개혁으로 메운다고 하지만 자칫 재정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준 인천대 교수도 "법인세 인하가 실제 투자촉진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에, 이를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며 "더욱이 각종 부가세 감면을 고려하면 동남아 경쟁국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도 2001년 재계의 법인세율 인하요구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라며 반대했었다. 더욱이 법인세율 인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방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향후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한편 김 부총리는 지방재정 확충과 관련,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0대 20으로 국세가 많지만 지방보조금, 기타 보조금 등으로 실제 사용액은 지방이 56%나 된다"며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국세의 지방세 전환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goindol@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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