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대 의대팀이 20살 남성 5,9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4.7%가 인격장애 증후군으로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TV 보도를 보았다. 성인이 이럴진대 청소년은 오죽하랴.지난해 11월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에 못 이겨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자살한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사건, 집단따돌림으로 인한 자살, 그리고 학교 주변 불량배의 금품 요구 폭력 때문에 자퇴해야 했던 한 고교생이 이들의 협박을 이기지 못해 자신의 장기까지 팔려다가 납치된 사건….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통해 기성세대는 청소년문제가 국가 존립과 사회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나친 비유일지 모르나 한때 유럽을 지배했던 로마제국의 멸망이, 침략에 의한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혼란으로 인해 무너진 역사적 사실에서 우리는 청소년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평가하고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청소년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입시교육으로 인해 밤낮으로 쉴 새 없는 공부에 심신이 지쳐가고, 읽어보고 싶은 책 한 권도 즐겁게 읽어볼 수 없는 현실이 우리 청소년의 슬픈 자화상이다.
부모들조차 자녀 과외비를 충당하기 위해 파출부로 뛰고 일부는 직업적 정도(正道)를 벗어난 엉뚱한 돈벌이에까지 눈을 돌리는 지경이 됐다. 연간 7조원이 넘는 돈을 과외비로 쏟아넣는 교육 현실은 바로 학교교육의 붕괴를 입증한다. 사제간의 불신이 팽배해지고, 친구간에도 마음 편히 고민을 터놓기는커녕 경쟁상대로 늘 긴장하며 살게 함으로써 인격장애의 증후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나아가 학교폭력, 집단따돌림과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 정신적, 육체적 피폐함을 야기시키는 것이라 하겠다. 청소년문제해결의 방편으로 청소년에 대한 가족간의 사랑, 그리고 국가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가 청소년의 참여와 관심을 재고해 주기를 당부하면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청소년정책기구를 단일화하여 대통령 직속기구로 개편하거나 독자적인 청소년부를 창설하여 청소년정책의 일원화와 효율적인 청소년정책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인 비전에 근거한 청소년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효율적이며 체계적으로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과감한 예산 확보도 있어야 한다.
둘째 학교폭력 문제는 대체적으로 후천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아실현을 통한 청소년 인성교육을 강화하여 청소년의 의식을 높여주는 자아적성 프로그램을 육성하고, 자아존중의 교육풍토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임 웅 균 테너·청소년 폭력예방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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