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판사가 사재를 털어 고시생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법무법인 송백 대표 오윤덕(61) 변호사는 지난 달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1523 상가 건물 2층 80여평의 공간에 고시생을 위한 쉼터 '지혜샘'을 열었다. 지혜샘은 휴게실, 명상실, 강당, 상담실 등을 갖추고 현직 법조인은 물론,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갖는 등 문화 사랑방의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또 상담 심리 전문가인 정혜경(44) 수녀가 이 곳에 상주하면서 고시생들의 고민과 인생 진로를 상담해주고 지혜샘 운영을 맡는다. 가톨릭대 교수인 박동균(46) 신부 등은 돌아가며 주말 미사를 갖기로 했다.오 변호사는 법대생인 두 아들의 고시공부를 지원하기 위해 2년 전 신림동으로 이사오면서 고시생들의 척박한 주변 환경을 안타깝게 생각한 끝에 지혜샘 설립을 결심했다. 서초동 아파트를 팔아 신림동에 30평짜리 아파트를 마련한 뒤 전 재산 5억원을 모두 지혜샘 설립에 쏟아부었다. 90년부터 2년간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내며 법학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오 변호사는 그동안 서울대 법대와 가톨릭대 법대에 각각 1억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젊고 유능한 엘리트들이 인문학적 소양도 없이 시험 준비에만 매몰돼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지혜샘이 이들의 피폐한 영혼에 풍부한 문화적 자양분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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