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결혼 시즌이닷!. 때맞춰 결혼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도 쏟아지고 있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떠들썩한 결혼식, '방금 결혼했어요'는 신혼여행이 최악의 여행이 된 두 20대 부부의 이야기다. 물론 결론은 둘 다 해피 엔딩!
나의 그리스식 웨딩
결혼은 행복 끝 불행 시작이 아니라, 행복 끝 더 많은 행복 시작이라고 믿는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감독 조엘 즈윅)은 500만 달러를 들여 2억4,000만불을 벌어 들인 작년 미국 최고의 화제작 가운데 하나다. 화면 밖으로 튀어 나올 듯한 생생한 캐릭터, 각본과 주연을 맡은 니아 바르달로스(툴라 포토칼로스)의 위트 넘치는 대사, 활기와 위트를 동시에 갖춘 그리스 민속 음악,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들로 영화는 내내 화창하다. 톰 행크스와 그의 그리스인 부인 리타 윌슨이 니아의 자전적 쇼를 본 뒤 영화화, 대박을 터뜨렸다.
영화는 여섯 살, 열 두 살, 그리고 서른 살의 툴라의 모습을 보여주며 조선시대의 여필종부를 연상케 하는 숨막히는 그리스 대가족제도 안에서 어떻게 행복을 쟁취하는지를 속도감 있게 따라간다. 가족들이 꾸려가는 그리스 식당 '춤추는 조르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툴라는 매일 시집가라는 집안 식구의 잔소리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리스 여자의 삶은 그리스인과 결혼해 그리스 아이를 낳고 늙어죽도록 그들을 부양하는 것'이란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에 툴라도 예외가 아니다.
툴라는 뒤늦게 대학에서 컴퓨터를 공부하면서부터 자신감을 얻는다. 뿔 테 안경은 콘텍트 렌즈, 자다가 일어난 듯한 부스스한 머리는 파마 머리, 직업은 여행사로 바꾼 뒤 마침내 사랑도 얻는다. 툴라는 도예 교습을 핑계로 앵글로색슨계 애인 이안 밀러(존 코벳)와 몰래 데이트를 한다.
영화는 두 사람의 연애 과정보다는 배경이 다른 두 집안이 이 이국적 연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더 초점을 둔다. 안 마시겠다는 사람에게 굳이 술 권하기, '여동생에게 상처주면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농담하기, 아무데나 참견하기 등 한국 사회와 판박이인 그리스 사회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영화의 미덕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되, 자신을 잊지 말자'는 대사처럼 전통의 폐해를 이성의 이름으로 비판하기보다 유머로 꼬집는다는 데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불쾌할 수도 있지만 국적과 나이를 초월해 많은 웃음의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제 'My Big Fat Greek Wedding'. 개봉 14일. 12세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Just Married)는 "우리 방금 헤어졌어요" 같은 분위기로 시작한다. 공항에 내린 신혼 부부. 여자는 남자 머리에 껌을 뱉고, 남자는 짐수레를 밀어 여자를 쓰러뜨린다. "짐 챙기러 올 때 미리 전화해라. 딴 여자와 자고 있을 테니까." 남자와 여자는 헤어지고 남자는 도대체 왜 신혼여행 길에 이혼을 결심했는지를 회상한다.
교통방송에 격주로 심야에, 그것도 메인 리포터가 결근했을 때만 리포터로 나서는, 한마디로 백수와 다를 바 없는 톰(애쉬튼 커처)은 럭비 구단주의 딸 새라(브리트니 머피)와 단숨에 사랑에 빠진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게 된 두 사람. 몇 달간 동거 후에 올린 결혼식이지만 떨림은 그대로지만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첫날밤인데 대체 욕망이 솟구치지 않는 것은 피곤해서 그렇다고 치자.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서 사고가 연발하고, 성을 개조한 고급 호텔에서는 바이브레이터에 전원을 꽂았다가 정전이 되는 바람에 쫓겨났다. 싸구려 호텔을 전전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위태로워진다. 결국 아버지가 보낸 돈으로 베니스의 고급 호텔에 묵지만 이번에는 새라의 옛 애인이자 아버지의 사업파트너인 피터(크리스천 케인)가 나타난다.
'노팅 힐'처럼 빈티 남과 공주님의 로맨스지만 나이가 어린 톰은 다혈질적 성격. 미술을 좋아하는 새러와 스포츠 채널 ESPN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톰의 갈등은 있지만 빈부 격차가 만들어 내는 갈등 따위는 드러내지 않는다.
두 사람의 갈등 요인은 거짓말. 새라의 애완견 '살견'(殺犬) 사건과 새라와 피터의 '하룻밤' 얘기가 불거져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된다.
결말은 예상하는 그대로. 깊이는 없지만 남녀 주인공의 싱그러운 외모와 이탈리아 풍물이 눈을 즐겁게 한다. 북구 이탈리아의 코티나 산맥, 캄포 투레스 언덕의 고성, 베니스의 풍광이 눈요기로는 꽤 괜찮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맥 라이언의 과장된 표현을 벤치마킹한 듯한 브리트니 머피의 큰 웃음과 찡그린 울음 연기도 시간 '죽이는' 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가 '판타지'를 주어야 한다면, 이 영화는 역부족이다. 감독은 션 레비. 7일 개봉.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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