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사랑해…."카투리아나 페이시 상병(여·영국·26)은 차마 전화를 끊지 못한 채 사랑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쿠웨이트 북부 사막의 캠프 폭스에서 근무하는 그는 영국 노팅엄에 있는 남자친구와 위성전화로 통화하는 중이었다. 남자친구가 뭐라고 하더냐고 물으니 "그냥 사랑한다고 했다"고 대답했다.
그가 이 곳에 온 것은 2주 전. 그는 이라크전을 준비하기 위해 설치된 캠프 폭스에 배속돼 부대 방어임무를 맡고 있다. 헌병이라는 보직도 왜소해 보이는 그에게는 어색했지만 모래바람이 부는 중동의 사막은 더욱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온 가족이 자기 걱정뿐이란다. 부모님이 참전을 자랑스러워하느냐고 묻자 그렇게 대답했다. 그는 캠프 폭스의 생활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그리 유쾌한 것도 못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끊임없는 먼지와 모래바람은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다.
그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쟁에 반대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군인이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남자친구도 내 일을 이해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혹시 죽거나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느냐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는 "앞날을 누가 알겠느냐"고 되물었다. "가스 경보가 울릴 때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는 몇 달 뒤면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군에서 제대하면 새 직업을 찾고, 남자친구와 결혼할 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쿠웨이트 북부 사막으로 온 수많은 젊은이들 모두가 온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총과 방독면, 두툼한 방탄조끼로 중무장한 페이시 상병의 뒷모습이 무거워 보였다.
/자흐라(쿠웨이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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