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집 아저씨. MBC TV '!(느낌표)'의 김영희 PD별명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5년전, 이 땅에 힘들고 더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소리없이 돕는 이웃을 릴레이 식으로 찾아 세상의 따스람을 느끼게 한 '칭찬합시다'의 프로듀서, 그때 그가 준비한 선물이 쌀 한가마니였다. 물론 생긴것도 꼭 이웃집 아저씨다.그 쌀집 아저씨는 재미있는 오락 프로로도 얼마든지 이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칭찬합시다'가 그랬고, 독서의 가치를 일깨운 '!'가 그렇다. 아마 그는 오락 프로의 위력을 공익성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PD로 남을 것이다. 거창하게 떠벌리지도 않는다. '칭찬합시다'의 단골멘트처럼 "칭찬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가 요즘 더 거창하고 값진 일을 시작했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를 통해 돈을 모사 '기적의 도서관'을 짓는다. 독서 편식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책책책...'의 존재 가치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독서의 소중함을 이보다 더 즐겁고, 진솔하게 가르치며 독서 열풍을 몰고 온 '스타'는 없었다. 그것은 '칭찬합시다'의 주인공들처럼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꾸미지 않은 현장 스케치의 힘이기도 하다.
그런 쌀집아저씨가 마음이 변했나. 점점 요란하게 꾸미고 나섰다. 특수효과 전문가와 무대 디자이너에 대형 크레인까지 동원해 초대형 야회 세트를 짓고 휘항찬란한 조명과 불꽃놀이에 수십 명의 고적대까지 동원해 '쇼'를 연출하고 있다.장관, 도지사도 예사로 부른다. 현수막도 어마어마하다. 도서관 건립도시로 확정된 순천에서는 또 어떤가. 진행자 김용만 조차 "심하게 준비했네" "고적대까지 부르다니"라며 민망해 했다. 자발적이라곤 해도 곳곳에서 '동원'의 증거가 보이는 환영인파. 갑자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그래야 오락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나.
이런 모습은 '책책책...'의 돌발성이 주는 재미, 솔직한 현장이 주는 감동, 이 코너가 스스로 자랑하듯 소박한 '밀알'로 세상을 바꾸는 기쁨을 모두 잃게 만들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쌀집 아저씨라면, 이쯤에서 참 상투적이겠지만 '초심(初心)'이란 단어를 떠올리겠다. 도서관이란 것도 결국은 그 안에 '책'이 없고, '책 읽는 사람' 이 없으면 빈 껍대기에 불과한 것 아닐까. 누군가 그랬다. "무엇보다 자신이 권력화하는 순간을 경계하가"고.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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