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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美 F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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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美 FBI

입력
200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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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십 년간 마피아 등 범죄조직원을 정보원으로 모집해 관리하는가 하면 이들이 저지르는 살인까지 묵인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2일 AP 통신에 따르면 1950∼90년대에 활동한 전직 FBI 요원 9명은 더 끔찍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정보가 예상될 경우 자신들이 관리하는 정보원들이 경미한 절도나 폭행 사건에 가담하는 것은 눈감아 왔다. 묵인의 범위에는 때로 살인도 포함됐다.

특히 정보원들에게 정보 한 건당 100달러 또는 매주 봉급식으로 1,000달러이상씩을 연방 예산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AP가 조직범죄 사건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0∼90년대 FBI 정보원으로 활동한 범죄자 11명이 정보원이 되기 전후로 저지른 살인은 무려 52건이었다.

이 사건들은 모두 미제로 묻히고 말았지만 사실은 당국이 허가해 준 살인과 다름없다는 게 전직 요원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마피아 두목 비호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은 전직 요원 존 코널리의 경우가 이러한 관행을 잘 보여준다. 그가 정보원으로 관리하던 '흰둥이'와 '총잡이'란 별명의 두 두목은 모두 18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데 이 가운데 11건이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저지른 것이다.

FBI 규약에 따르면 정보원은 도박이나 마약 같은 비폭력 범죄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직 요원들은 정보원 규모가 수천 명에 달하며 이 같은 관행은 필요악이라며 두둔하고 있다. 전직 요원 웨슬리 스웨어링엔은 "미리 한두 명을 죽이는 것이 나중에 수십 명을 죽게 만드는 것보다 나은지를 수시로 저울질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FBI로부터 '살인 면허'를 받은 갱들이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고 라이벌 갱 조직을 제압하기 위해 FBI에 고발해 수사기관을 이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에 대해 노스웨스턴대 클리포드 짐머맨 교수는 "FBI 요원이 이 사람의 생명이 저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라며 윤리 차원의 문제를 제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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