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난 해 막내아들을 장가보내고 홀몸이 된 50대 후반 여성입니다. 남편과는 10년 전에 사별했지만 3남매를 키우느라 한 눈팔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혼자가 되면서 저도 남들처럼 애틋한 부부애를 느껴보고 싶어 실버미팅에도 참가하고, 멋도 부려봅니다. 그런데 참 씁쓸하게도 제 동년배 남자들은 모두 젊은 여자에게만 관심을 두더군요. 저도 외모나 말솜씨가 뒤지지 않은 편인데도, 나이 때문에 뒷전에 물러나야 하나요? (서울 잠실 민씨)
답>40 후반에 홀로 되시어 3남매에게 제대로 짝을 맞춰 주기까지의 댁의 노고와 당당함에 존경을 표합니다. 요즘 여성 50대 후반은 폐경기를 막 넘으면서도 아직 몸은 건강해서 두툼한 남성 손길이 새삼 그리워지는 인생계절입니다. 그런데 외로워도 옛날 부부 단위로 만났던 사람들과는 멀어지지요. 부인들 쪽에서 자기들 남편이 짝 없는 댁에게 한눈을 팔까봐 은근히 댁의 참석을 견제해서지요.
실버미팅은 잘 나가시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여기저기 더 적극적으로 나가보십시오. 홀로 된 동년배 남성이 또래여성에게 관심을 덜 두는 것은 우선 그 나이에는 홀로 된 여성이 홀로 된 남성보다 많아, 남성은 희소가치에서 좀 시건방지게 되어서 입니다. 그리고 그 나이에는 여성이 먼저 할멈 몸매가 되고, 남성은 아직 아저씨 몸매를 지녔기 때문에 상대에게 질겁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성은 60대 초중반에 이르러야 할아범 몸매가 나옵니다. 초로기에 재혼할 남성은 흔히 먼저 배우자보다 어리고,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습니다. 잘 난 여성에게는 그래서 재혼의 차례가 잘 오지 않지요. 요즘에 와서 젊은 층 신혼배필로 또래끼리가 많아지면서 공부를 다 끝낸 서른 넘은 남성이라 해도 우선 같은 또래 처녀와 선을 보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봅니다. 따라서 재혼에도 이런 현상이 조만간 오리라 봅니다. 댁 같이 용모, 돈, 성품에서 고루 평균 이상인 분들이 많아지고, 따라서 고독해결차원의 재혼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홀로 된 옛 연인이나 알던 남성은 없는지요? 어려서부터 알던 사람을 만나기 좋은 초등학교 동창모임, 옛골목 모임, 향우회 모임, 종교 모임, 남녀 동아리모임 같은 곳에 나가십시오. 풋내기 시절에 호감이 갔던 이성을 이제 보면 과거의 인상이 겹쳐 오늘의 늙음이 서로의 눈에 반쯤밖에 들어오지 않아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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