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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방송인 '두 삶' 김영삼-홍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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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방송인 '두 삶' 김영삼-홍지호

입력
200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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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 선배님을 이렇게 만나 영광이다. (기자에게) 홍 선생님은 '임플란트의 거장'이라 불린다.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까지 받는다.홍지호 별 말씀…. 방송 일은 내가 후배 아닌가. 나도 '개그콘서트' 팬인데 김영삼씨 개그는 때묻지 않고 깨끗해서 좋다. 그런데 같은 치과 의사인 줄은 몰랐다.

김영삼 어려서부터 남 웃기기를 좋아했지만 연극영화과에 간다면 담임 선생님에게 따귀 맞을 것 같아서 치대에 갔다.

레지던트 시절 더 늦으면 후회할 것 같아 KBS 개그맨 공채 16기로 이 길에 들어섰다. 홍 선생님은 어쩌다 방송계에?

홍지호 3년 전쯤 형수님(영화배우 이미숙) 따라 아침 프로에 나갔는데 말 하는 게 제법 재미있어 보였던지 몇몇 프로에서 섭외가 왔다.

고정 출연은 '타임머신'(MBC)이 처음이다. 시사제작국에서 'PD수첩' 하던 PD들이 만들고, 절대 망가질 일 없다고 해서 출연했는데 시청률이 오르니 자꾸 망가져 간다. 완전히 속았다. 하하.

김영삼 KBS '야!한밤에'에도 진출하셨는데 출연료는 얼마나 되는지?

홍지호 회당 60만∼70만원 정도.

김영삼 우와, 부럽다. 우린 공채라 등급에 따라 출연료가 정해져 있는데 난 회당 30만원이다. 다 아시겠지만 개그맨 세계가 워낙 군기가 세서 신참 시절에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사실 난 끼가 좀 부족하다. 남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개그 실력 갈고 닦을 때 나는 남의 이나 갈고 닦았으니….

홍지호 개그맨 하면서 병원은 언제 개업했나.

김영삼 고정 프로가 많지 않다 보니 주위에서 '노느니 뭐하냐. 돈 벌지' 해서 지난해 2월 개업했다.

처음에는 '댄서 킴' 김기수, '생활사투리' 김시덕, '도레미트리오' 김인식 등 동기들이 맨날 진을 치고 있어서 병원인지, 개그맨 휴게실인지 분간이 안됐다. 지금은 다들 떠서 자주 못 온다. TV에 나온 뒤 병원 손님이 좀 늘었는지?

홍지호 말도 마라. 사실 병원 홍보에 도움이 될까 해서 나간 건데 오히려 역효과다. '날라리 의사'로 비쳤는지 단골 고객도 줄고 새로 찾아오는 손님도 거의 없다. 어쩌다가 TV 보고 오는 손님이 있어 고맙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별로 돈이 안 된다.

김영삼 맞다, 맞다. TV 보고 오는 손님은 대개 젊은층인데 사랑니 뽑고 충치 치료하는 정도다. 앗! 실수. 그 분들마저 안 오면 큰일인데…. 의사들한테도 욕 많이 먹는다. 홈페이지에 '같은 의사라는 게 부끄럽다'는 글도 오른다.

홍지호 나도 욕 많이 먹는다. 하지만 방송 일이 재미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사실 치과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직업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서 자살률 1위 직업이 치과의사이겠느냐. 성형외과 손님은 곗돈 모아 제 발로 찾아오지만 치과는 아파서 못 견뎌야 찾는 곳이다. 죽을 상 하고 오는 환자들과 종일 씨름하다 보면 짜증이 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취미생활 즐기는 치과 의사들이 많은 것 같다.

김영삼 치과 의사들이 잘 논다. 사실 좀 '끼' 있는 사람들이 의대보다 치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방송 일이 쉽지 않은데 홍 선생님은 정말 끼가 대단한 것 같다.

홍지호 끼는 무슨…. 개그맨이 하면 별로 우습지 않은 말도 내가 하면 "의사가 제법인데" 하고 웃어주는 것 아니겠나.

얼마 전 방송의 쓴 맛도 봤다. '타임머신'에서 원숭이에게 잣 따는 일을 시켰던 실화가 소개됐는데 '원숭이를 간호사 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간호사협회가 들고 일어나 곤욕을 치렀다. 사실 대본대로 말한 거고 다른 예도 있었는데 편집하지 않고 나가는 바람에 내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간호사 분들이 마음 상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그냥 웃자고 한 말이니 오해 없으시길….

김영삼 남 웃기는 일, 쉽지 않다. 애써 짜낸 아이디어가 가차없이 잘릴 때 심정이란…. 그래도 내 개그를 보고 즐거워하는 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꼭 떠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삶 자체를 즐기는 거다.

홍지호 의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내 모습이 좋다는 분들도 많다. '화면 발 잘 받더라'란 말 듣는 것도 기분 좋고. 이 맛에 방송한다. 바라는 게 있다면 의학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프로를 맡아 진행해 봤으면 좋겠다.

김영삼 내게 개그맨과 의사는 완전 별개의 세계다. 방송에서는 개그맨으로만 봐 주었으면 좋겠다. 좋은 웃음으로 더 많이 얼굴 비칠 수 있게 열심히 뛰겠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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