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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 이창호의 휘호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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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 이창호의 휘호 부채

입력
200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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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誠意)'프로기사 이창호 9단이 소년이었을 때의 일. 한국기원에서는 대표적인 프로기사들에게 휘호를 쓰게 하여 부채로 만들었는데 이때 이창호는 앞으로 불려 나와 칠판에 판서하는 학생처럼 투박하게 '성의(誠意)'라고 눌러써서 내놓았다. 그 '중학생 수준의 휘호'에 나를 비롯한 대학 물 먹은 아마추어들 몇몇이 서로 돌아보며 안쓰러움과 귀여움의 감정을 담아 슬며시 웃은 적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성의의 뜻이 간단치 않다. '대학(大學)'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지향해야 할 이념 3강령 8조목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성의다. 생각을 성실하게 함이 곧 성의이고 자기를 속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악취를 싫어하는 것처럼 악을 미워하고 어여쁜 여인을 좋아하는 것처럼 선을 좋아하는 것이니, 이를 스스로 겸손하다고 한다.

그 때의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지금은 세계 최고봉에서 천하를 굽어보고(이마저도 성의있게?)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소년답고 일관된 성의가 큰 작용을 하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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