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던 청와대 경호실장에 김세옥(金世鈺) 전 경찰청장이 발탁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이 아닌 경찰 출신이 경호실장이 된 것은 자유당 정부 때 총경급이 '경무대 경찰서장'이라는 이름으로 경호를 맡았던 경우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정찬용(鄭燦龍) 대통령 인사보좌관은 "경호업무를 문민화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경호실장은 상황에 따라 육·해·공군을 지휘하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군 출신 기용이 관행이었다. 국민의 정부 초기에도 경호실장을 경찰 출신으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군의 자존심과 사기가 문제가 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호 업무를 문민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은 당선자 시절에 '경호 활동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DJ 경호실장이었던 안주섭(安周燮) 전 경호실장의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같이 일해봅시다"고 말한 것이 와전돼 안 전 실장의 유임이 정설처럼 퍼졌다. 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국무회의 석상에서 안 전 실장을 "차기 정부에서도 같은 일을 할 사람"이라고 소개, 혼선을 가중시켰다.
정찬용 보좌관 등의 말을 종합하면 김 실장이 발탁된 데에는 경호 업무의 문민화 취지 외에 노 대통령의 판단도 작용했다. 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경호실장은 내 신변을 지키는 일이므로 내가 선택했으면 한다"면서 김 실장에 대해 "경호 업무에 밝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실제로 치안본부 경비부장, 경찰청 경비국장을 역임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호 업무에 관여해왔다.
노 대통령은 1998년 종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 당시 경찰청장이던 김 실장을 처음 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은 김 실장이 경찰청장을 그만둔 뒤에도 종로 지역구내 평창동에 살던 김 실장을 가끔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게 됐다고 한다.
문희상 비서실장도 김 실장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실장은 DJ 정부 출범직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김 실장을 '호남 경찰청장'으로 적극 천거해 관철했던 인연이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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