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소망교회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남북간 민간교류의 한계와 어려움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그 날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민족대회'의 기독교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예배 도중 북한의 기독교인 대표가 "핵전쟁이 일어나면 남북 모두 참화를 면할 수 없다. 외세를 배척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소동이 일었다. 남한의 신자들이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고함침으로써 경직된 분위기 속에 종교행사가 끝났다.북측이 종교행사에서 정치성 발언을 한 것은 민간행사 자체를 부정하는, 비난 받을 만한 행위였다. 하지만 남측의 과민한 대응 역시 성숙한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측이 모두 예상과 우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미성숙한 행태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고, 남북교류의 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학술·여성·노동·농민 등 여러 분야에서 이뤄진 3·1민족대회는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끝났고 성공적인 민간교류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 남북 학술토론회에서는 일본의 역사왜곡이 날카롭게 파헤쳐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북측 학자는 일제가 강점기 이후 우리 국호의 로마자 표기를 'Corea'에서 'Korea'로 변경, 알파벳 순에서 일본(Japan)보다 뒤로 가게 날조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도 좀더 연구할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지적이다.
분단사상 처음 남북이 함께 3·1운동을 기념한 이번 대회는 새 정부 출범 4일 만에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첫 시험대로 관심을 모았다. 대회가 무난하게 마무리됨에 따라 어느 정도 남북 민간교류의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위기로 한반도에서 국제적 불안이 점증하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대회는 민간교류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순기능이 기대된다. 교류가 한층 더 탄력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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