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주주권 행사인가, 다른 주주권에 대한 침해인가.'정부가 정부 지분이 있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을 빌려 민간기업인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데 이어, 정부가 주주로 있는 은행의 행장추천위에 정부측 대표를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정부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측은 "그 동안 '쉬쉬'하면서 음모적으로 해온 압력 행사에서 탈피, 공개적·제도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주주로 있으면서도 제대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하더라도 여론을 의식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하던 게 오히려 문제였다"며 "정부의 주주권 행사와 시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은 배치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계열사에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해 재판에 계류중인 유상부 포스코 회장에 대해서는 기업은행, 한투·대투 등(지분 18%)을 통해 이 달 14일 주총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계획. 지분 60%인 외국인에게도 여러 통로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분명히 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 회장이 전횡을 일삼고 독점력을 이용해 국민경제를 왜곡하고 있는데도, 정부라는 이유만으로 주주권 행사를 포기한다는 것은 관치금융만큼이나 전근대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은행장 인선과 문제가 되고 있는 은행 이사회 회장의 퇴진과 관련해서도 정부 지분만큼 공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더 이상 숨어서 배후 조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학계, 금융계 등에서는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판단 잣대가 수익극대화가 아니라 정부 정책이 될 수밖에 없고, 여기서부터 정부개입에 따른 시장왜곡이 시작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 경우 다른 주주들의 주주 이익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유상부 포스코 회장에 대해서는 실형여부와 관계없이 연임은 주주이익 극대화 차원에서 주주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며, 기관투자가도 투자이익 극대화에 준해 판단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은행장 인선도 정부 입김이 작용해 행장이 선임되면, 정부 요구로 부실기업에 돈을 퍼주고 스스로 부실화하는 관치금융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금융감독도 유명무실화 한다는 논리다.
한국개발연구원 임원혁 연구위원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국익을 우선 고려하는 정부가 민간기업 주주가 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다른 주주와 동일한 주주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며 "공정한 외부기구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기업의 공익이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정부 역할은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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