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물이 오른 나뭇가지마다 새봄이 오는 소리를 전한다. 이런 때 아이들 손잡고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종묘는 서울 한복판에서 고적함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봄을 준비하는 곳이다. 종묘 구경은 주차장쪽 공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곳에 놓여있는 해시계는 다른 고궁에 있는 해시계와는 다르다.
다른 곳의 해시계는 보통 한문으로 시간을 적어놓았는데 이곳엔 동물그림이 그려져 있다. 글을 못 읽는 서민들을 위해 그림으로 시간을 표현해 놓은 것일까. 그런데 시간을 재 봤더니 틀린다.
마침 종묘 안내를 하는 고궁지킴이에게 만나 물어봤더니 "일제강점기 때 시간을 일본과 똑같이 조정을 해서 만든 것으로 우리 시간으로 보려면 해시계 측면에 있는 그래프를 참고해 보면 된다"고 일러준다. 과연 얼추 시간이 맞았다.
해시계를 보고 본격적으로 종묘에 발을 들여놓으면 '문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라는 기대감으로 설레게 된다. 종묘는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고 나서 짓기 시작한 것으로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란다.
그곳에 들어서면 가운데 두 곳에 돌길이 죽 깔려있는데 한쪽은 왕이 다니는 왕도이며, 다른 한 길은 신이 다니는 신도라고 한다. 또 연못 옆의 누각은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기 위해 잠시 왕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고 제사지낼 음식을 마련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 음식들을 하나하나 만들고 검사하고, 차례대로 나르는 등의 일을 예전에는 남자들이 했다고 한다.
제사 지내는 격식이 너무 까다롭고 힘들어서 왕은 그때만 되면 까닭 없이 아프고, 그러면 다른 사람이 대신 제사를 지내야 했다는 이야기, 또 신위가 늘어날 때마다 재건축을 해야 했고 이 때문에 중앙 계단을 떼 새 자리에 갖다 붙여, 계단 옮긴 자리가 보인다는 등 종묘에는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많다.
종묘는 그 안에 품고 있는 숲도 다른 궁궐과 달라서 주로 늘푸른나무들이 많다. 또 '죽은 자를 위한 장소'답게 꽃이 화려하게 피는 나무보다 정갈하고 단아한 나무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봄맞이를 하며 아이들과 조상의 숨결을 느끼고 지혜를 나누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홍준희·인터넷학부모공동체 '마음에 드는 학교' 대표
알아두면 좋은 정보
1. 궁궐지킴이( www.palace.or.kr)
우리궁궐에 대한 자세한 정보 소개와 안내를 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 궁궐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2. 궁궐의 우리나무 답사 (www.kfem.or.kr/join/join.html)
환경운동연합에서는 3월부터 5월까지 격주로 토요일에 궁궐의 우리나무 알아보기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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